달에도 바다가 있다. 하지만 달의 바다에는 지구의 깊고 푸른 바다와는 달리 물이 없다. 과거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던 중 검게 보이는 부분에 물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달의 바다’라고 이름 붙였을 뿐, 실제로는 약 35억 년 전 화산이 터지면서 용암들이 흘러나와 생긴 지형으로 아폴로 11호가 착륙했던 곳도 달의 바다였다. 바다인데 물이 아닌 땅. 때때로 사람들의 믿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들고, 없는 것을 있게 만들기도 한다.
새로운 검찰의 수장을 두고도 우리는 그 저의를 의심하기에 바쁘다. 검찰 개혁도 맞는 얘기고, 국민의 권익보호를 제1가치로 두겠다는 그의 말도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정말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국민 권익보호를 제 1가치로 두겠다는 윤 총장은 필연적으로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화두와 마주하고 있다.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지적된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한 윤 총장의 입장에 큰 관심이 쏠리는 것도 검찰 개혁의 행보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시민단체가 실시한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조사’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국민들은 검찰의 활동에 대해 74.7%가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도 90% 가까이가 신뢰할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검찰, 이것이 오늘의 현실인 것이다.
사정기관인 검찰이나 경찰의 권한은 태생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 형사소송법 등 법에서 그 권한에 절차와 규제를 명확히 두고 있는 것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이 지점에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한 영국의 역사가 액턴 경의 말을 떠올려본다. 권력은 부패하는 속성이 있어 조심해야 하며 견제를 받아야 하고 균형감을 잃으면 안 되는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권한이 거꾸로 국민을 옥죄고 억누르는 구시대적 유물이 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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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 달, 검찰은 오직 국민의 안위와 복지 증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러려면 윤 총장이 취임 일성에서 밝혔듯 모든 판단의 기준은 국민이 돼야 한다. 우리 사회는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과거 부장검사 시절 공정수사를 위한 결기 넘쳤던 모습, 최근 국정농단 수사에 대한 열정을 본 국민들이 그 믿음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사투가 결국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은 실제 결과로 입증해 내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 검찰을 권력의 도구로 삼거나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유혹을 뿌리치고 제대로 길을 선택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개혁의 길 자체는 시작일 뿐 끝이 아니며, 그 길에 발을 내디뎠다는 것만으로는 저절로 목적지에 가 닿지 못한다. 부디 윤석열호(號)가 가는 이 길의 끝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국민의 신뢰회복이라는 마침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를!
배성준 사회부 법조팀장(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