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유석 제넥신 대표이사, 성영철 제넥신 회장, 김진수 서울대 겸임교수, 김종문 툴젠 대표이사/사진=제넥신·툴젠
모처럼 대형 바이오 벤처 탄생과 이를 통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 기대감에 들떠 있던 업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두 회사는 각자의 강점인 면역치료제·유전자백신 기술과 유전자 교정 원천기술을 융합해 차세대 CAR-T(키메라 항체 수용체)를 개발하려 했다. 건강한 사람의 면역세포를 활용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CAR-T 치료제를 개발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전략이었다.
매수청구 가격이 제넥신 6만7325원, 툴젠 8만695원인 것을 계산하면, 제넥신은 3304억원, 툴젠은 122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앞서 제넥신과 툴젠은 매수 대금 한계치로 1300억원과 500억원을 제시했다.
◇연이은 바이오 악재에 발목 = 주식매수청구권이 대규모로 몰린 표면적 이유는 주가 급락 때문이다. 지난 19일 종가 기준으로 제넥신과 툴젠 주가는 주식매수 청구 가격보다 22.0%, 33.7%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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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시너지를 높게 봤다면 주가 하락에 의한 손실을 감수할 수 있었겠지만 워낙 낙폭이 큰 데다 바이오 산업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탓이 컸다. 제넥신과 툴젠이 합병을 발표한 지난 6월19일 이후 한미약품 기술수출 해지, 신라젠 임상 3상 조기 중단 등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양사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행사로 당장의 손실 회피와 함께 미래 불확실성마저 제거하려 나섰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는 것은 주주들이 합병 시너지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최근 바이오 악재가 쏟아진 데다 오랫동안 이익 실현 기회를 엿보던 주주들은 합병 이후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첫 시도 실패, M&A는 계속 도전" = 바이오 업계는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양사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반의 주가 하락으로 빚어진 결과여서 아쉬움이 더 크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만나서 기술을 개선하고, 상장 이외에도 또 다른 형태의 이익 실현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며 "아쉬움이 남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국내에서는 드문 케이스인 만큼 의미가 컸는데 아쉽다"며 "바이오 산업계가 성장하면서 벤처들끼리 협업을 하고 있는 만큼, 합병 등 다양한 시도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합병은 좌절됐지만 협력관계를 이어가며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합병여부에 상관없이 양사는 이미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구체적 협력관계가 수립됐다"며 "동종유래(Allogeneic) CAR-T 파이프라인들을 구축해 2020년 하반기에 임상에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툴젠 관계자는 "합병이 무산됐지만 기업가치 증대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기업공개(IPO) 추진과 제넥신을 포함한 인수합병(M&A) 재추진 등 다양한 대안들을 면밀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