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규제장벽"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중 31곳, 韓 사업 못한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08.20 10:56
글자크기

[2019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 규제로 사업모델 31개·투자금 51% 한국 사업 '제약'

"여전한 규제장벽"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중 31곳, 韓 사업 못한다


전 세계 100대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중 31곳은 진입 규제로 국내에서 사업을 펼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에도 창업하기 어려운 환경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스타트업얼라이언스·아산나눔재단·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는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9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누적 투자액 상위 100대 스타트업 중 31곳은 진입 규제로 국내 시장에서 사업화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51%에 해당한다. 모빌리티 플랫폼 '그랩', '올라'와 빅데이터 금융 서비스 '위캐쉬' 등 13개 사업모델은 국내 창업이 불가능했다. 제한적으로 창업이 가능한 사업모델은 18개였다.

2017년 진행한 같은 조사에서는 사업모델 57개, 투자액 70%가 국내에서 사업화에 제한받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지난 2년간 규제 환경이 대폭 개선됐으나 여전히 글로벌 혁신 사업모델의 상당수가 국내 사업에 제약받고 있다.



보고서는 진입 규제 완화를 위해 △신산업에 대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체제로 전환 △규제 신설 제어를 위한 규제 영향 분석 및 일몰제 강화 △스타트업 규제 유권 해석, 적극 행정을 위한 지원책 마련 △스타트업, 기존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의 룰 수립 등 과제를 제시했다.

올 1분기 국내 벤처 투자액 규모는 745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기업공개 소요 기간은 13.9년으로 2016년(13.1년)보다 0.8년 늘었다. M&A(인수·합병)를 통한 투자금 회수 비중은 3% 미만으로 미국(43%), 유럽(35%)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투자 및 회수 시장 개선을 위해 민간 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방식 다변화, M&A 활성화 위한 방안 모색, 창업주 경영권 보호를 위한 차등의결권 도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여전한 규제장벽"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중 31곳, 韓 사업 못한다
스타트업 핵심 인력인 개발자 부족 현상과 스타트업 기피 문화가 확산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중·고급 개발자 미충원율은 지난해 16%에서 2022년 77%까지 악화할 전망이다. 스타트업 애로사항 설문에서도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 부족(49%), 인건비 부담(23%), 지원자 부족(12%), 조기 퇴사(4%) 등 인재 관련 문제가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한국 대학생들의 창업 선호도는 23%로 전 세계 평균치 44%보다 크게 낮았다. 소규모 사업 취업 선호도 역시 8% 수준에 불과했다.


이경숙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비교적 양호한 투자 환경에 비해 높은 강도의 규제가 사업을 제약하고 있다"며 "오늘 자리가 스타트업 생태계 보완점을 짚고, 변화의 방향성을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그동안 스타트업 규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이번 보고서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벤처기업은 3만7000여곳, 근로자는 76만명,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572곳으로 집계됐다. 근로자 규모가 5개 그룹(75만명)을 넘어섰다.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 유니콘은 9곳이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