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 시위를 무력진압 할 수 없는 3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9.08.21 06:20
글자크기

[길게보고 크게놀기]중국이 무력 진압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에 직면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지난 주말 약 170만명이 집결한 홍콩 시위가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 됐다. 충돌이 없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8월 하락을 지속하던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 19일 2.2% 상승했으며 20일에는 0.2% 소폭 조정받았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이번 홍콩 시위는 중국에게 있어서는 일국양제(一國兩制) 정책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일국양제는 하나의 국가에 다른 두 개의 체제를 허용한다는 의미로 덩샤오핑이 1982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홍콩 반환 협상을 할 때 제시한 해결책이다.

중국이 일국양제를 내세워 홍콩 반환 후 50년 동안 사회주의 대신 자본주의를 허용하겠다고 제시하자 영국과의 홍콩 반환 협상 타결은 순조롭게 타결됐다. 또한 일국양제는 이미 반환된 홍콩·마카오에 적용될 뿐 아니라, 중국이 대만과의 통일로 제시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범죄인 인도 법안과 홍콩시위
중국 정부는 ‘범죄인 인도 법안’이 이만한 파장을 불러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반면 홍콩시민들은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느꼈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 비교해서 출판의 자유가 보장돼 왔다. 중국 공산당의 권력투쟁이나 비사를 다룬 반중서적도 중국 본토에서는 아예 출판이 불가능했으나, 홍콩은 출판이 가능해서 중국 정치의 은밀한 내막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서적들이 홍콩에서 출판됐다.

그런데 2015년 반중 서적을 다룬 홍콩 출판업자가 행방불명 되는 등 중국 정부의 견제가 심해지다가 이제 중국이 범죄인 인도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이 경우 홍콩의 언론 및 출판의 자유가 크게 제한 받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중국이 홍콩 시민의 예상 밖의 저항에 놀라며 법안 제정에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홍콩 시민들이 요구하는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는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만약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대에 밀려서 직선제를 수용한다면 중국 국내 정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단초를 볼 수 있는 게 중국 언론이 이번 홍콩 시위를 보도하는 방식이다. 중국 언론은 홍콩 시위대를 아예 폭도로 지칭하고 있다. 홍콩 시위대 보다 오히려 홍콩 시위에 관한 뉴스를 밤낮으로 접하는 중국인들을 노린 표현이다.

◇중국이 홍콩 시위를 무력진압한다면
과연 중국의 출구 전략은 뭘까. 우선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무력으로 홍콩 시위를 진압하는 건 중국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너무 크다. 홍콩과 이웃한 선전에 수만 명의 무장경찰이 대규모 시위진압 훈련을 하고 있지만, 위협 카드로만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실제로 동원한다고 해도 얼마나 무력을 사용할 지는 미지수다.

만약 중국이 홍콩 시위를 무력 진압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에 직면한다.

첫째, 미중 무역전쟁 등 미중 패권 경쟁이 가열화되는 시점에서 미국에게 밀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국이 홍콩 시위를 무력 진압하면 유리하다. 이 경우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사면초가에 몰리게 되고 트럼프는 중국을 거칠 게 밀어 부칠 수 있는 명분을 쥐게 된다.

패권경쟁에서 주요 변수가 될 동맹국 획득에 있어서도 무력진압은 불리한 요소다. 중국이 거대한 시장 말고 어떤 매력을 가진 국가가 될 수 있을 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 성장률이다.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1989년 중국 경제 성장률은 전년대비 7%p 둔화된 4.2%에 그쳤으며 1990년에도 3.9% 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중국에 투자했던 외국자본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1992년 초 덩샤오핑이 한 달 동안 상하이, 선전 등을 시찰하며 개혁·개방을 지속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서야 중국 성장률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은 더 안 좋다. 중국 경제는 이미 고속성장에서 중속성장 구간에 진입했으며 지난해 성장률은 6.6%에 그쳤다. 중국 경제는 홍콩 시위 무력진압으로 인한 충격파를 쉽사리 해소하기 어렵다.

셋째, 일국양제 정책은 홍콩·마카오에 적용될 뿐 아니라 대만과의 통일정책으로 중국이 내세우는 정책이다. 그런데 홍콩 시위를 무력 진압하게 되면, 중국이 일국양제 정책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경우 향후 대만까지 통일해서 ‘하나의 중국’을 완성하려는 중국의 계획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중국이 가진 대안은 뭘까. 중국은 홍콩 시위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면서 중국이 가진 경제적 인센티브로 홍콩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교환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8일 중국은 홍콩 바로 옆에 위치한 선전을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선행 시범구’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2025년까지 선전 경제를 글로벌 선두 도시 수준으로 발전시킬 뿐 아니라 연구개발 중심도시로 육성해 선전을 글로벌 혁신도시로 발돋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2035년까지 선전의 도시경쟁력을 세계 선두도시 수준으로 육성해, 중국이 만들 사회주의 현대화의 모델 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즉 중국은 본토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선전을 홍콩의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선전을 통해서 홍콩과의 체제 경쟁을 하겠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선전의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은 19만3000위안(약 2만7500달러)로 중국 경제수도인 상하이보다 42% 많았다. 19일 중국증시에서도 선전 테마주는 무려 60여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테마로 부상했다.

홍콩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중국은 단순한 무력진압보다 복잡한 두뇌싸움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