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증·면허증·여권'도 일본산으로 만든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19.08.1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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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급장비부터 소모품까지 일본 제품 비중 커…"생산기술 갖춘 소모품부터 국산화 비중 높여야'

'주민증·면허증·여권'도 일본산으로 만든다


3대 국가신분증인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의 발급 장비와 소모품 대부분이 일본산인 것으로 파악됐다.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등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노 재팬(NO JAPAN)’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3대 국가신분증 발급장비와 소모품의 국산화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한국조폐공사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도입돼 사용 중인 주민등록증 발급기는 모두 4대다. 2014년 장비 노후화에 따라 미국 데이터카드 발급기로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인쇄 필름 등 소모품을 기존 한솔케미칼에서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 등 해외 제품으로 변경했다. 현재는 겉 표면 보호에 쓰이는 코팅 필름과 보안용 홀로그램 필름만 국내 중소기업이 일부 생산한다.

2014년 발급된 주민증은 315만4253장, 2015년 297만9788장, 2016년 289만4301장, 2017년 292만6787장, 지난해 286만2691장으로 모두 1400만장이 넘는다. 누적 발급 비용 중 인쇄필름 금액은 5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중 국산 비중은 40% 미만이다. 국가신분증의 발급장비와 소모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간 400만~500만부씩 발급되는 전자여권은 발급장비와 소재를 대부분 일본산에 의존한다. 2008년 전자여권 도입 상시 일본 발급장비를 도입했다. 전자여권 안에 들어가는 인쇄 필름 등 역시 국내 사업자가 일본 토판인쇄 제품을 수입해 공급한다. 전자여권 도입 당시 국내 업체들이 장비·소재의 국산화를 요구했으나 생산능력과 품질 등을 이유로 보류됐다.

'주민증·면허증·여권'도 일본산으로 만든다
전자여권 발급사업을 맡고 있는 정부 관계자는 “전자여권은 국민의 신분을 확인·보증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최고 수준의 내구성과 보안성이 요구된다”며 “국내외 조달 규범을 따라 조달청 국제공개경쟁입찰방식을 통해 가장 우수한 품질 경쟁력을 갖춘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도입 예정인 차세대 전자여권도 발급장비와 소모품 모두 해외 제품을 수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번 발급체계가 마련되면 장비 노후화 등을 고려해 최소 10~15년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당장 내년에 도입할 차세대 전자여권을 모두 국산화할 수 없더라도 소모품의 국산화 비중은 높이고, 장비도 지금부터 논의해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3대 신분증 중 하나인 면허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면허증 발급기는 전국 27개 면허시험장에 약 200대가 운용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발급기는 제이브이씨(JVC) 등 일본 제품이다. 또 인쇄 필름 중 70% 가량이 일본 DNP 제품이다.

인쇄 필름 생산업체인 ‘씨앗’의 김환기 대표는 “3대 신분증의 발급장비부터 소모품까지 모두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의도치 않은 정치적인 갈등이나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발급 중단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정부가 장비·소재에 대한 국산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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