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산 원료 쓰면 좋지만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19.08.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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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 반발, 정치권에 여론까지…저희라도 바꿨을 거예요."

최근 농심의 '군산 꽃새우' 사태에 대해 한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최근 48년간 새우깡 주원료로 썼던 군산 꽃새우를 구매하지 않기로 했었다, 어민과 정치권 반발 등 파장이 일자 다시 사용하겠다고 했다. 서해 환경이 나빠지면서 새우 원료에 폐기물이 섞여 나오는 등 품질 안전성 문제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품질 보증을 약속받고 다시 살 수밖에 없었다는 것.



농심의 경영 철학과 농·어가와 상생하는 기업 이미지도 이 같은 선택의 중요 요인이었을 것이다. 그간 농심은 새우깡 이외 너구리에 37년간 매년 약 400톤의 완도 다시마를 쓰고, 47년간 꿀꽈배기에 매년 170여톤의 국산 아카시아꿀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여러 압박에 등 떠밀려 원료를 바꾸는 모양새가 됐다.

농심뿐 아니라 일부 일본산 원료를 사용했던 식품업계들도 최근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원료를 국산으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CJ제일제당은 '햇반'에 첨가되는 0.1% 소량의 일본산 미강(쌀을 찧을 때 나오는 가장 고운 속겨) 추출물을 국산화하겠다고 했다.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기업이 제품 품질과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해 선택한 원료를 하루아침에 뒤바꾸는 건 오히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실제 농심이 다시 국산을 사용하겠다고 했을 때, 이를 지지한 소비자들도 있었지만 "제품 품질은 보장되는 거냐, 찝찝하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국내에서 국내 기업이 내국인을 고용해 만든 제품에 단 몇 프로 외국산 원료가 들어갔다고 해서 이를 국산 제품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기업이 애초 품질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면, 차라리 솔직하게 소비자에게 터놓고 설득하는 게 낫다. 기업이 지켜야 할 것은 잠깐의 이미지가 아니라 제품에 대한 안전성, 신뢰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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