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안전 수명 1400년" 경주 방폐장을 가다

머니투데이 경주(경북)=권혜민 기자 2019.08.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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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시프트, Newclear 시대-⑩]해수면 130m 아래 중저준위 방폐물 10만 드럼 처분… "세계 최고 수준 안전성 확보"

편집자주 2017년 6월19일 0시. 국내 첫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1호기를 직접 찾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이것이 우리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말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이 원자력(Nuclear)에서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Newclear)로 40년 만에 첫 전환한 순간이다. 눈 앞에 다가온 'Newclear 에너지 시대' 과제를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해본다.

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경주 방폐장 인수저장시설에서 방폐물 드럼이 검사를 받고 있다. / 사진제공=원자력환경공단 제공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경주 방폐장 인수저장시설에서 방폐물 드럼이 검사를 받고 있다. / 사진제공=원자력환경공단 제공


지난 12일 찾은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감포 앞바다를 지키는 문무대왕릉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자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 중인 국내 유일의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주 방폐장은 방사능을 활용하는 연구소나 병원, 산업체,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작업복, 실험도구, 보관용기, 기기교체 부품 등 중·저준위 방폐물을 처분하는 시설이다. 2014년 6월말 준공 이후 규제당국 허가를 받아 2015년 7월 처음으로 방폐물을 처분했다.



입구 쪽에 위치한 네모난 콘트리트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주 방폐장으로 옮겨온 방폐물이 처분에 적합한 상태인지 검사하는 인수저장시설이다. 2층 관람창에서 내려본 저장고에는 노란색 드럼에 담긴 방폐물이 빼곡히 쌓여있었다. 실시간 방사능탐지기로 확인한 저장고 내부 방사선량은 시간당 6.630마이크로시버트(μSv)였다. 엑스레이를 한 번 촬영하는 피폭량(100μSv)과 비교해도 극히 낮은 수치다.

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경주 방폐장 동굴처분시설 내부. 방폐물이 담긴 처분용기를 사일로로 옮기는 크레인이 보인다. / 사진제공=원자력환경공단 제공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경주 방폐장 동굴처분시설 내부. 방폐물이 담긴 처분용기를 사일로로 옮기는 크레인이 보인다. / 사진제공=원자력환경공단 제공
저장고에 보관 중인 방폐물은 순서대로 △중량검사 △육안검사 △표면방사선량률 측정 △포면오염도 측정 △엑스선검사 △핵종분석 △압축강도검사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안전성을 확인한다. 문제가 없는 방폐물은 특수 콘크리트로 제작된 두께 10cm 전용처분용기에 16드럼씩 포장돼 지하처분고로 옮겨진다.



해수면 아래 130m에 위치한 지하처분고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직으로 지하 95m 아래로 내려갔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 높이 6.2m, 폭 7.2m 크기 잿빛 콘크리트 동굴이 눈에 들어왔다. 상·하의 일체형 방호복을 입고 개인 방사선량계를 착용하고 동굴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저장고는 방폐물 운반에 쓰이는 처분동굴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3갈래씩 나뉘어진 통로 끝에 방폐물이 실제 처분되는 사일로가 6기가 설치돼 있다. 직경 23.6m, 높이 50m의 원통형 구조물인 사일로는 원전 격납고 돔 구조물과 동일한 형태다. 무게 7톤의 처분용기는 크레인을 통해 사일로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

사일로마다 방폐물 1만6700드럼씩 총 10만드럼을 300년간 보관한다. 일반적으로 중·저준위 폐기물은 300년이 지나면 더 이상 방사성물질을 방출하지 않는다. 사일로가 가득차면 상부를 쇄석(자갈)으로 채운 뒤 입구를 콘크리트로 영구 봉인할 예정이다. 지난달말까지 1만7498드럼이 영구 저장됐다. 처분장을 빠져나오며 방사선측정기를 확인했다. 사일로 바로 앞까지 접근했지만 선량계 숫자는 '0'이었다.


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경주 방폐장 동굴처분시설 내부. 방폐물이 담긴 처분용기를 사일로로 옮기는 크레인이 보인다. / 사진제공=원자력환경공단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경주 방폐장 동굴처분시설 내부. 방폐물이 담긴 처분용기를 사일로로 옮기는 크레인이 보인다. / 사진제공=원자력환경공단
경주 방폐장은 세계적으로도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단한 자연암반 안에 동굴 형태로 사일로를 건설하며 철근과 방수시트 등으로 보강처리를 했다. 철저한 암반 분석을 통해 1~1.6m로 콘크리트 벽 두께를 달리했다. 내부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전 돔 건물과 견줄만한 수준이다. 규모 6.5의 강진에도 버틸 수 있다. 2016년 9월 경주 지진에도 방폐장 안전성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현장을 안내한 고치환 원자력환경공단 홍보팀장은 “운영허가를 받을 때 사일로 콘크리트 수명이 1400년으로 평가됐다”면서 “다른 어느 나라에도 경주 방폐장 수준으로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시설은 없다”고 말했다.

경주 방폐장은 준공 과정에서 지하수 발생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논란이 됐다. 하지만 하루 5000톤을 처리하는 배수펌프를 설치해 지하수 유입을 원천 차단했다. 경주 방폐장의 하루 지하수 발생량은 1700~1800톤 수준이다.

경주 방폐장은 현재 방폐물 신규 반입·처분이 중지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15년 이후 경주 방폐장으로 보낸 방사성폐기물 2600드럼 가운데 2111드럼의 핵종농도 정보를 잘못 분석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고 팀장은 “공단에서도 예비검사 강화 등 재발방지대책을 철저히 이행해 방폐장을 더욱 안전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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