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원금 다 날릴판인데 대책이 없다... 'DLS 쇼크'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진형 기자, 임동욱 기자, 황국상 기자, 김도윤 기자, 박계현 기자, 박광범 기자, 변휘 기자, 조준영 기자, 김사무엘 기자, 한정수 기자 2019.08.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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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S쇼크](종합)

편집자주 DLS는 금리나 환율, 원유, 금, 은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다. 주요국의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에 투자한 파생결합펀드(DLF)가 대규모 원금손실 위기에 처했다. 예상과 달리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DLF 판매액은 1조원에 달한다. 석유, 금, 은 등을 기초로 한 DLS 등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을 강타한 DLS 쇼크의 쟁점을 정리한다.

'원금 다 날릴판' DLF 투자자 3600명…당국, 검사 ·분조위 예고
[DLS쇼크]①19일 실태조사 결과 발표, 은행·증권·운용사 전방위 검사 착수…이르면 다음달 분조위 개최



대규모 원금 손실이 예상되는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가입한 개인투자자가 3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불완전판매 뿐 아니라 내부통제, 상품구조 등 전반을 들여다 보기 위한 검사에 나선다. 또 관련 민원이 늘어나면서 이르면 다음달 안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기로 했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F에서 50~100% 평가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금감원이 이르면 이번주 고강도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은 19일 검사에 앞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MT리포트] 원금 다 날릴판인데 대책이 없다... 'DLS 쇼크'


실태조사 결과 금융권의 DLF 판매액은 약 1조원이다. 법인도 있지만 개인투자자가 90%로 3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투자자들의 평균 투자액은 2억원이다.

금감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불완전판매 여부 뿐 아니라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상품구조에 문제는 없는지 등 상품 개발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검사 대상이지만 검사는 프라이빗뱅크(PB)를 통해 사모형식으로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두 은행이 판매한 DLF만 8000억원에 이르고 하나은행 상품은 현재 50%, 우리은행 상품은 100% 평가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은행이 고위험 상품인 DLF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영업 '드라이브'를 걸지 않았는지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손실의 하한선 없이 원금 100% 손실이 발생하고 만기가 4~6개월로 짧은데다 만기연장도 안되는 상품는 상품구조도 점검 대상이다. 은행이 팔기엔 부족합한 상품이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은행이 수수료 수익 증대를 위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상품을 만들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5건이었던 민원은 이번달 20건 이상 접수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되면 민원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2개월 안에 분조위를 열고 '참고지표'로 삼을 만한 사례를 안건에 올려 소비자 혼란을 최대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고위험상품의 원금손실로 분쟁이 발생, 은행이 배상한 사례가 있다. 우리은행은 2005년 장외파생상품인 파워인컴펀드를 팔았다가 100% 원금손실이 발생해 70% 손해배상한 바 있다. 금감원 분조위는 50% 배상을 권고했지만 법원 소송에서 배상률이 70%로 늘어났다. 이번 DLF 분쟁도 50% 배상 권고가 내려지면 금융권이 5000억원 배상금 부담을 떠 안아야 한다. 다만 파워인컴펀드는 은행 창구에서 판매된 공모펀드고 DLF는 PB를 통해 판매된 사모형 상품이라는 점에서 배상비율을 속단하기 어렵다.

권화순 기자, 김진형 기자

'시한폭탄' 금리연계 DLS, 누가 왜 만들었나
[DLS쇼크]②"시장 니즈에 맞춘 포트폴리오 다변화"... 일각에선 "판매사가 요구"

사진=김현정디자이너사진=김현정디자이너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이 한국 자본시장의 '블랙스완'이 됐다. 당초 손실가능성이 낮다며 '중위험, 중수익'을 원하는 은행 고객들에게 팔렸던 파생결합증권(DLS), 파생결합펀드(DLF)가 투자자 원금 대부분을 날릴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 됐다.

해당 상품을 만든 금융투자사들은 당시 '시장의 니즈'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나, 시장에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인 위험한 상품을 안전장치 없이 내놨다는 지적에선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파생결합상품 중 DLS 상품을 만든 곳은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이다.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HDC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은 이들 증권사가 만든 DLS를 자신의 사모펀드 폴트폴리오에 담아 DLF를 만들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이렇게 만들어진 DLS와 DLF를 가져다가 1조원 가까이 팔았다.

금리연계 파생상품은 최근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7년 JP모간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금리와 연동한 다양한 파생상품들을 만들어 팔아왔고, 국내에 이같은 구조의 상품을 선도적으로 들여온 것은 하나금융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주로 해외IB들의 '도매상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직접 상품을 설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시장에 소개된 해외금리형 파생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후발주자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해외금리 연계 DLS 도입에 대해 하나금융투자는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한다. 예상치 못하게 금리의 방향성이 뒤집히면서 이같은 '재앙'이 닥쳤다는 해명도 내놨다.

기존 주가지수 연계형 ELS 투자가 대부분이었던 2015년, 항셍차이나기업지수(HSCEI) 급락으로 ELS의 손실 가능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주가지수가 아닌 다른 기초자산을 활용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2016년부터 다양한 구조의 해외금리 연계 DLS 상품이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판매액이 증가해 왔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투자는 "2018년 당시 시장은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으나, 2019년 3월 FOMC를 기점으로 이같은 기대가 크게 변화하게 됐다"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상품들 중 일부는 2019년 판매됐으나, 대부분은 지난해 하반기 판매됐던 상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손해를 눈 앞에 둔 투자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상대로 투자자들을 대리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한누리는 "독일, 영국 등 해외 금리의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에도 상품판매를 판매회사나 자산운용회사가 강행했다"며 불완전판매 소지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수익구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누리는 "DLS, DLF 상품은 금리가 아무리 상승해도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이 3~5%에 불과하지만,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투자원금 100%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수익과 손실 간의 불균형이 대단히 극심한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상품을 찾는 고객들을 타깃으로 은행들이 이같은 상품을 '주문'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영업망이 가장 넓다는 이유로 국내 파생연계상품시장에서 최고 '갑'의 위치에 있다"며 "은행이 원하는 파생상품을 명시해 만들 것을 요구할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은행이 증권사 등에 요구해서 만든 상품으로 안다"고 말했다.

만약 판매사인 은행이 발행사인 증권사, 자산운용사에 금융상품을 "OEM' 방식으로 주문제작했다면,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펀드 설정과 운용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은 자산운용사 고유의 업무인데, 판매사의 요구나 지시에 따라 펀드가 만들어졌다면 인가가 없는 금융사가 펀드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도 실태조사 등을 통해 'OEM펀드' 여부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생금융상품 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 가입 시 '중수익'이면 당연히 '중위험'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며 "중수익임에도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들이 분명 존재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동욱 기자, 황국상 기자, 김도윤 기자, 박계현 기자

금리연계 DLS '쇼크'..은행별로 원금 50~100% 손실 위기
[DLS쇼크]③독일 금리연계 우리은행 가장 큰 타격.. '리버스' DLF 판 KB국민은행, 은행별 희비엇갈려

시중은행들이 주요국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를 1조원 가까이 판매했다가 현재 50~100% 가량 평가손실이 발생해 '대란'이 벌어졌다. 이 상품을 각각 4000억원 가량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국채 금리 연계 상품을 유일하게 판 우리은행 상품 손실이 가장 크다. 반면 KB국민은행은 금리가 떨어지면 수익이 나는 '리버스' 상품을 팔아 '희비'가 엇갈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국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DLF는 주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집중적으로 팔렸다. 우리은행은 약 4000억원, KEB하나은행이 약 4000억원, KB국민은행이 약 270억원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국 금리가 예상과 달리 올 들어 급락세를 보이면서 DLF 투자자가 거액의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KEB하나은행은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스와프(CMS)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조기 상환되거나 만기 상환되는 DLF를 판매했다. 배리어(barrier) 60% 상품에 가입했다면 만기 때 기초자산의 금리가 가입 시 금리의 60%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3∼5%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60% 아래로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손실을 본다.

예컨대 기초자산으로 삼은 금융상품의 금리가 가입 시점 1%였다면 만기 때 금리가 1%의 60%인 0.6%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3~5% 수익이 나고, 0.6% 아래로 가면 최소 41% 손해를 본다. 하나은행은 이 상품을 지난해 9월말부터 판매했는데 상품 만기가 1년 또는 1년 6개월이라 일부 상품은 다음달 만기가 도래한다. 현재 일부 상품은 평가손실이 50% 이상 발생했다. 다만 올해 만기 도래하는 상품은 많지 않고 대부분 6~8회 만기 연장이 가능해 당장 손실을 확정하지 않아도 된다.

[MT리포트] 원금 다 날릴판인데 대책이 없다... 'DLS 쇼크'
다급한 것은 우리은행 DLF 투자자다. 우리은행은 유일하게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를 판매했는데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한 CMS 연계 상품과 달리 금리 하락이 곧바로 수익률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 상품은 독일 국채금리가 -0.2% 이상이면 4~5%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100%도 날 수 있다. 국채금리가 -0.3% 밑으로 가면 -0.2%와의 차이에 333배 곱한 만큼 손실을 보는 것이다. -0.6%로 떨어지면 원금의 80% 손실이 나고 -0.7%까지 내려가면 원금 전액을 잃는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미 -0.6% 이하로 떨어져 100%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독일 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하기 직전인 올해 4월부터 5월까지 해당 상품을 팔았는데 다음달 19일부터 만기도래한다. 만기가 4~6개월로 짧은 상품인데 만기 연장이 되지 않는다. 올해 안에 1250억원 규모의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반면 KB국민은행은 미국 금리가 떨어지면 오히려 수익이 나는 '리버스' DLF 상품을 판매했다. 판매 규모는 약 270억원이다. 이 상품에 투자했다면 금리가 더 떨어질수록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들 은행을 제외하고 다른 은행들은 주요국 금리연계 DLF 상품을 올 들어 판매하지 않았다.

권화순 기자, 박광범 기자

'100% 손실' 임박 DLF, 중도환매·만기연장? "어렵다"
[DLS쇼크]④우리·하나銀, 대책기구 꾸렸지만 '별수 없어'…이례적 대책 분쟁조정·재판서도 "유리할 것 없다'

[MT리포트] 원금 다 날릴판인데 대책이 없다... 'DLS 쇼크'
주요국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주요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수료 없는 중도환매·만기연장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지만 현실적 제약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주 국내영업부문장이 주도하는 TF(태스크포스)를 꾸려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의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독일 국채 10년물의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DLF를 올 3~5월에 125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만기가 4∼6개월로 내달 19일부터 차례로 도래하지만, 모두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선 해당 상품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수수료 없이 중도환매의 길을 터주거나 △만기를 연장해 '버티기' 환경을 조성해야 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DLF의 중도환매 수수료는 약 7%인데, 이미 거액의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를 면제하는 구상이다. 예컨대 이번에 판매된 DLF는 사모상품으로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인 만큼, 중도환매수수료만 700만원이다. 90% 이상의 손실 상태라면, 중도 환매해도 손에 쥐게 될 원금이 거의 없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원금을 건지도록 수수료를 면제하자는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우리은행도 TF에서 이런 방안을 고민했지만 사실상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DLF의 경우 환매 시 '이론가'와 실제 '매매가'의 차이가 환매수수료로 발생하며, 이는 펀드에 편입된다. 결국 중도환매자에게 덜 받은 수수료의 비용은 해당 사모펀드의 남은 투자자에게 전가되는 구조여서, 은행이 '중도환매'를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만기 연장 방안은 짧게는 앞으로 1달, 길어도 연내인 상품 만기를 미뤄 시장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관련 법·제도상 만기의 중도 연장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뾰족한 수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지난주 문제의 상품을 판매한 국내 영업점의 PB(프라이빗뱅커) 200여명을 본점으로 소집했지만, 고객설득 등을 독려했을 뿐 별다른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PB들은 '애초에 리스크가 큰 상품은 본점 차원에서 판매를 독려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KEB하나은행도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7년물 금리 DLS에 투자하는 DLF에 대규모 손실 우려가 고조되면서 지난달 WM(자산관리) 사업단 전무가 주도하는 사후관리지원반을 꾸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하나은행의 판매 상품은 만기가 1년 또는 1년 6개월로 비교적 길고, 6~8회 만기 연장이 가능해 당장 손실을 확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손실 상태에 진입한 것은 우리은행과 마찬가지지만, 상대적 여유가 있는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만기까지 시일이 남은 만큼 대책반을 중심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모두 '특별한'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은 '평판 리스크'를 고려해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눈앞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투자자에 이례적인 편의를 제공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검사와 투자자들의 민원에 따른 분쟁조정위원회를 앞둔 상황에서 무리하게 중도환매수수료 면제나 만기연장 등을 결정하면 앞으로 분쟁조정과 법원의 소송전에서도 은행이 '잘못을 인정했다'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휘 기자, 박광범 기자

'DLS 폭탄'…금융당국, 상품결함도 살펴본다
[DLS쇼크]⑤19일 금감원, DLS 실태조사 현황 발표…증권사 상품설계도 조사대상

금융감독원 / 사진=머니투데이DB금융감독원 / 사진=머니투데이DB
독일과 영국금리에 연계한 DLS(파생결합증권)와 이를 자산으로 편입한 DLF(파생결합펀드)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의 불완전판매에 더해 증권발행사들의 상품설계를 포함한 종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16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업계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오는 19일에는 현재까지의 피해 상황 등 파악된 실태조사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DLS는 주식·주가지수 외에도 이자율·통화·실물자산 등의 가격변동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과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DLS·DLF다. 만기시점에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 3~5% 정도의 수익을 얻지만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최대 원금 전액을 손실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하지만 피해 투자자들은 원금상실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판매 은행을 상대로 집단소송까지 준비하는 등 '불완전판매' 논란이 벌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DLS 상품을 판매한 은행사들의 불완전판매 여부는 물론 상품설계 자체의 결함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독일 국채금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상품은 다른 측면에서 살펴볼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피해상품 중 독일상품을 기초로 한 DLF는 거의 100% 손실에 이르는 등 손실율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구조를 적절하게 했는지 최선을 다해 검토한 후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는지를 보고 있다"며 "또 은행에서 (증권사)에 만들어달라고 하니 별도의 위험성 검토 없이 상품설계를 해줬는지 등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금감원 차원의 금융업계 검사와는 별개로 분쟁조정절차도 이어진다. 투트랙으로 업무를 처리하되 검사결과를 참고해 분쟁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관련 문제로 10건이 넘는 분쟁조정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완전판매의 경우 사안의 특성상 개별 은행 영업점마다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에 개별 건별로 분쟁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A 지점은 위험성 고지 등 상품설명이 제대로 이뤄져도 B 지점에서는 이를 누락해 판매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상품설계 문제는 분쟁조정 과정에서 밝혀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마다 법적인 요건들이 있는데 이걸 벗어나서 상품을 파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며 "외형상으로는 대부분이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설계문제를 보려면 더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준영 기자

원유·금·은 DLS도 위험? 가격 급락땐 손실 위기
[DLS쇼크]⑥국제 유가 지난해 고점 대비 70% 수준…50% 밑으로 하락시 손실

[MT리포트] 원금 다 날릴판인데 대책이 없다... 'DLS 쇼크'
금리 연계 DLS(파생결합증권)뿐 아니라 석유 등 원자재를 기초로 한 DLS 역시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 원유 가격이 지난해 고점 대비 20~30% 가량 하락하면서 손실 구간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국 서부 텍사스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1.38% 하락한 배럴당 54.47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1년간 최고 가격이었던 지난해 10월 3일 배럴당 76.41달러보다 28.7% 하락한 가격이다. 브렌트유 역시 지난 15일 배럴당 58.23달러로 마감해 지난해 고점이었던 86.29달러(10월3일)보다 32.5% 하락했다.

국제 유가의 하락은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의 손실 위험도 높인다. DLS는 기초자산이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만기 혹은 만기 전 조기 상환으로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주가에 연계된 ELS와는 달리 DLS는 금리, 환율, 원자재(원유, 금, 농축산물) 등 다양한 자산을 기초로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의 경우 만기일까지 원유 가격이 한 번이라도 손실구간(녹인·Knock In)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의 10~20%를 수익으로 제공한다. 손실구간은 대체로 최초 기준 가격의 40~50% 선이다. 하지만 원유 가격이 한 번이라도 손실구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있으면 만기일에는 최초 기준 가격 대비 하락률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고점이었던 지난해 9~10월 국제 유가를 기초로 발행된 DLS는 공모 기준 WTI 기초자산이 1216억원, 브렌트유 기초자산이 411억원이다. 이 기간 동안 미래에셋대우가 공모로 발행한 원유 가격 기초 DLS는 10종 17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국제 유가는 지난해 고점 가격의 약 70% 선으로 이 당시 발행된 원유 가격 기초 DLS가 손실구간(최초 기준 가격의 40~50%)에 진입하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국제 유가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안심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지난해 말에는 WTI가 배럴당 42.36달러, 브렌트유가 배럴당 49.93달러까지 내려가면서 한 차례 위기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9~10월 발행된 원유 가격 기초 DLS의 손실 가격은 대략 30달러 후반~40달러 초반 선이다.

원유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이를 기초로 하는 DLS 발행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지금이 '바닥' 가격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그만큼 손실 위험이 낮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브렌트유 기초 DLS는 지난 6월과 7월에 각각 3257억원, 4725억원 발행됐고 WTI를 기초로 하는 DLS도 같은 기간 3391억원, 5126억원 판매됐다.

하지만 최근 국제 유가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가격이 바닥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2016년 초에는 이란 경제 제재 해제와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경쟁적인 원유 생산 등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중 관계가 더 악화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선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늘리면 단기에 큰 폭의 유가 급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금·은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이를 기초로 한 DLS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글로벌 불확실성의 확대로 안전자산인 금·은의 가격이 높아진 것인데, 경기가 안정을 찾을 경우 금·은 가격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이를 기초로 하는 DLS도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사무엘 기자

ELS도 손실? …전문가들 "아직 괜찮아"
[DLS쇼크]⑦"홍콩 시위 등 악재 많지만 원금 손실 구간까진 여유 있어"

[MT리포트] 원금 다 날릴판인데 대책이 없다... 'DLS 쇼크'
독일과 영국 금리에 연계된 DLS(파생결합증권)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는 소식에 DLS와 비슷한 구조인 ELS(주가연계증권)도 큰 손실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시장 불확실성이 악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DLS처럼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특정 종목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와 연계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ELS의 기초자산 비중은 유로스톡50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항셍지수(홍콩H지수), S&P500, 닛케이255, 코스피200이 뒤를 이었다. 월별 ELS 발행 규모는 지난달 7조2123억원 상당으로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점진적으로 상승했다가 규모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자율·통화·실물자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DLS가 ELS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고 평가한다. 실물자산 등의 변동이 주가지수의 변동보다 예측하기 어렵고 외부 요인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점에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각 상품별 구조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초자산 자체만 놓고 보면 DLS의 리스크가 더 높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ELS도 무조건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ELS가 홍콩H지수와 한국 코스피200를 기초자산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ELS 상품은 3개 이상의 기초자산을 담고 이 자산들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데 최근 홍콩과 한국 증시 상황이 좋지 못해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통 ELS의 만기는 36개월로 6개월마다 조기 상환 기회가 온다. 주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90∼95% 이상일 경우 3% 안팎의 이자를 주는 조건을 단다. 대부분의 ELS 투자자들이 꾸준한 이자 수익을 보기 위해 이 조기 상환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최근 6개월간 홍콩H지수와 코스피지수가 10% 안팎으로 하락하면서 올해 초 ELS에 투자한 사람들은 조기 상환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문제는 짧은 시간 내에 홍콩H지수가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는 한 시위 참여자가 경찰의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에 맞아 실명 위기에 처하면서 홍콩 국제공항 점거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중국 정부가 무력 진압에 나설 공산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홍콩H지수 연계 ELS가 조만간 손실 구간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홍콩H지수가 1만선 밑으로 추락하긴 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쯤 하락해 손실 가능구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ELS는 기초자산이 계약 시점보다 40∼50%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 손실이 나지 않는다"며 "홍콩H지수를 1만1200포인트 기준으로 놓으면 7500포인트 이하로 하락해야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DLS 대규모 손실과 관련,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은행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등 불완전판매 논란도 불거졌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여부를 비롯해 상품 설계 자체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ELS 역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경우 비슷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ELS는 일정 프로세스를 준수해 판매를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 기준을 지켜 판매를 하려면 상품 1개를 팔 때 족히 1시간은 넘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DLS처럼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파장이 커질 경우 ELS도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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