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순식간에 100弗 깨져…철강업계 이번엔 '하락속도' 고민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9.08.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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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 가격 2주 만에 25% 급락…원가 부담 걷히지만 제품가격 인상 전략 '걸림돌'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고로 주상에서 한 직원이 1500도에 달하는 뜨거운 열기를 이겨내며 쇳물 출선작업(철광석과 석탄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쇳물은 제강, 압연 등의 공정을 거쳐 자동차용 강판, 조선 및 건설용 후판으로 생산돼 대한민국 산업의 기초가 된다. / 사진제공=현대제철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고로 주상에서 한 직원이 1500도에 달하는 뜨거운 열기를 이겨내며 쇳물 출선작업(철광석과 석탄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쇳물은 제강, 압연 등의 공정을 거쳐 자동차용 강판, 조선 및 건설용 후판으로 생산돼 대한민국 산업의 기초가 된다. / 사진제공=현대제철


철강업계 실적을 짓누른 철광석 가격이 톤당 10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원자재 비용 압박은 피하게 됐지만 문제는 가격 하락 속도다. 약 2주 만에 25% 급락했는데 제품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을 되찾으려는 철강업계 계획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에너지정보기관 플래츠와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중국 주요항 CFR(운임 포함 인도가) 기준 철광석 가격이 지난 15일 톤당 88.8달러를 기록했다. 8월 두 번째주 주간 평균가격 118.25달러보다 24.9% 하락했다.



그동안 거침없는 가격 상승세를 감안하면 뚜렷한 반전이다. 지난해 11월 64.7달러로 저점을 찍었던 철광석 가격은 올해 초 70~80달러 선을 형성한 뒤 4월 90달러에 이어 5월에는 5년 만에 처음으로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회사 발리 소유의 브라질 광산 댐 붕괴로 철광석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세계 최대 철광석 소비국 중국의 조강 생산량 급증이 겹친 탓이었다.



철광석 순식간에 100弗 깨져…철강업계 이번엔 '하락속도' 고민
이처럼 치솟던 철광석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린 배경은 미중 무역분쟁 심화다. 글로벌 경제 위축에 대한 불안감 확산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 다른 원자재보다 상승 폭이 컸던 철광석이 영향을 받았다.

철광석 가격 하락에 따라 철강업계 실적 부담도 일부 걷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31,450원 ▼150 -0.47%)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17.1%, 33.5% 감소했다. 100달러를 돌파한 철광석 가격이 고스란히 원가 부담으로 돌아온 탓이었다. A철강사 관계자는 "올해 실적에서 최대 부담은 철광석 가격"이라며 "철광석 가격 하락은 당연히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락 속도가 부담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가격 급락세가 이어질 경우 오히려 하반기 철강제품 가격 인상 명분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업계는 철광석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방산업 부진 탓에 올 상반기 후판(조선업 주요 원재료인 두께 6mm 이상 철판)과 자동차 강판 가격을 동결했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는 가격을 올려 철광석 가격 인상 충격을 흡수하고 수익성을 회복할 계획을 세웠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재료 가격의 가파른 조정은 시차를 두고 철강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기대해온 하반기 제품 가격 인상 모멘텀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철광석 가격이 연착륙하는 가운데 조선, 자동차 업계와 제품 가격 인상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업계가 희망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B철강사 관계자는 "최근 철광석 가격 급락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빌미로 한 투기적 매도세와도 무관치 않다"며 "가격 급락이 하반기 추세로 굳어질지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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