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커졌지만…고민하는 한은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안재용 기자 2019.08.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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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둔화 우려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확대…불안한 외환시장에 난감한 정책당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커졌지만…고민하는 한은


미국에서 장단기(2년-10년) 국채 금리가 역전되면서 세계경제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거리며 한국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외환시장 영향 때문에 정책당국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美장단기금리 역전·소비시장 '적신호', 경기우려 확대=뉴욕 채권시장에서 14일(현지시간) 오전 한때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619%로, 2년물 금리(1.628%)를 200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밑돌았다. 16일 미 국채 2년물 금리와 10년물 금리가 각각 1.48%, 1.55%로 마감하며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은 해소됐으나 금리차는 0.07%포인트로 크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침체 전조 현상으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미국서 발생하자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세계경기가 둔화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이던 미국 경제마저 약해질 수 있다는 신호라서다.

미국 경제를 지탱한 소비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2.1로, 전월(98.4) 대비 6.3포인트 떨어졌다. 당초 시장은 96.8을 예상했는데 크게 밑도는 결과가 나왔다.



이틀만에 개장한 한국 주식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코스피 지수는 0.87% 하락 출발한 후 장중 한때 1% 넘게 빠졌다. 하락폭을 만회해 0.58% 하락 마감했으나 코스닥 지수는 0.93% 하락해 1% 가까이 빠졌다.

◇높아진 韓기준금리 추가인하 기대…고민빠진 한은=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추가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채권시장도 인하 기대를 반영했다. 한국 채권금리는 기준금리인 1.5% 보다 낮다. 국채 3년물 금리는 16일 0.054%포인트 내린 1.095%에 마감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0.059%포인트 하락한 1.172%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은 금융시장보다는 경기에 대한 우려"라며 "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인식이 강해지며 장기금리가 하락, 금리가 역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관계자들은 한은이 올해 4분기 기준금리를 추가인하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고 한은 총재도 추가인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고민에 빠졌다. 미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는 기준금리 인하 근거가 될 수 있으나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긴 상황에서 외환시장 안정 또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내외금리차를 벌려 자본유출과 원화가치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상반된 방향으로 작용하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 경제지표 자체는 그렇게 약하지 않고, 연준은 한두차례 (정책금리) 인하에 그칠 것으로 얘기하는데 시장 인식은 그렇지 않아 주의깊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세계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위험자산 기피심리 확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시장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해 불안심리가 확대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6일 "시장의 안정, 특히 외환시장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는 한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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