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게시글에서는 "외국 학생의 모집에 실패한 학교 측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며 "가장 약한 위치의 계약직 시간 강사들에게 모든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학교 측의 처사는 기존에는 계약 만료시 자연스럽게 연장을 하던 관례와 달라 반발을 사고 있다. 강사들은 인력 감소가 불가피하다 해도 기존 강사들의 평가로 계약 연장을 결정하면 되는데, 채용을 새롭게 진행하는 것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2년 이상 근무한 강사들도 많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들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털어놨다. 어학당 강사는 이달 부터 시행된 '시간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의 적용대상도 아니다. 시간 강사의 교원지위를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시간 강사법이 다루고 있는 보호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이 주휴수당을 피하려 '주 15시간 미만'으로 계약했지만 정례회의와 시험 출제, 상담, 행정 보조 등 실제로는 주당 20시간 이상을 넘는다는 것이다. 4대 보험이나 퇴직금 등의 혜택도 먼 나라 얘기다.
강사 A씨는 "부당한 것들이 많지만 업계가 좁아 다른 학교에 소문이라도 날까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 동안 일한 교사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학당 강사들의 노동여건은 A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계약직 신분인 대다수 강사들은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 대학들은 통상 3개월 단위로 근로 계약을 맺는다. 급여는 최저시급(174만원)에도 못 미치는 월 120만원 수준에 그친다.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도 받지 못한다.
유학생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도 한국어 강사들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유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은 한국어 강사 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여기에 유학생 비자발급 강화 정책으로 시장 상황은 더욱 좋지 못하다. 돈을 벌기 위해 잠적하는 등 불법체류자가 된 유학생은 지난해만 4500여명에 이른다.
학교 측은 강사들과 단기 근로 계약을 체결한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유학생 수가 기존 300~400명에서 이번 학기에 200여명으로 줄어든다. 강사 인력 조정은 어떨 수 없는 상황"이라며 "10주 교육과정으로 단기 근로계약을 맺고 기간에 맞춰서 계약이 종료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센트럴인사노무컨설팅의 김정식 노무사는 "한국어 강사들의 애매한 법적 지위 때문에 대학가에 이 같은 분쟁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라며 "양측의 입장이 크게 달라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