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시진핑" 트럼프 속내는 관세→홍콩→출구전략?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8.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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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리 렌 칼럼니스트 "시주석에 올리브 가지 뻗어"…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 "무역전쟁이 美 경제에 영향 끼쳐"

/사진=AFP/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존경받는 위대한 지도자"라거나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 등 한껏 치켜세웠다. 홍콩 시위 이슈와 관련, 인도적 해결을 기대한다면서 언급한 내용이지만 미국 경제 '경고음'이 나오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란 점을 감안, 미중 무역전쟁의 출구전략을 모색중인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당초 9월1일로 예정됐던 3250억달러(약 400조원) 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의 관세적용이 12월로 미뤄졌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것(관세적용 유예)은 사실 우리보다 중국을 더 돕겠지만 화답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수백만 일자리가 사라지고 비관세를 적용받는 다른 국가로 (기업들이)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적용 일부 유예 결정이 중국을 위한 것이란 사실을 은연 중 강조한 것이다.



이날 트윗에서 관세로 말문을 연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홍콩 시위 이슈를 꺼내 들었다. 그는 "당연히 중국은 무역협상 합의를 원할 것"이라며 "그들이 우선 홍콩과 인도적으로 일하게 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을 추켜세웠다. 그는 "나는 시 주석을 매우 잘 알고 있고 그는 많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위대한 지도자이고 힘든 사업에 있어서도 좋은 사람"이라며 "시 주석이 홍콩 문제를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일하리란데 의심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문구는 마지막 문구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할 수 있다, 개인적인 만남?(he can do it. Personal meeting?)"이라면서 트윗을 끝맺었다.

'개인적 만남'이란 문구를 두고 다수 외신이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직접 만남을 제안한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했다. 홍콩 이슈를 들어 시 주석과의 만남을 이어가보려 한다는 뜻으로도 읽힌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로부터 나온 진술은 홍콩 정세에 대한 공개 발언에서 톤의 변화를 나타냈다"며 "그리고 처음으로 미 행정부의 취약한 무역회담을 시위와 연계시켰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트위터에 "만약 시 주석이 직접, 그리고 개인적으로 (personally) 시위대와 만난다면 홍콩 문제에 있어 행복하고 계몽적인 결말이 있게 될 것"이라며 "나는 의심치 않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개인적 만남?'을 언급했던 앞선 트윗을 함께 첨부했다. 여전히 '개인적 만남?'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진 않았지만 후에 올라온 트윗을 감안한다면 시 주석과 홍콩 시위대간 만남이 유추될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혹은 앞선 트윗에선 언론들의 해석처럼 시 주석과 자신과의 만남을 지칭하는 한편, 뒤이은 트윗에선 명확히 밝힌 것처럼 시 주석과 시위대간 만남에 주목한 것일 수도 있다.

/사진=트위터 캡쳐/사진=트위터 캡쳐
돌연 시 주석을 추켜세우면서 '깜짝 회담'까지 연상시킬 만한 언급을 한 것을 두고 정확한 속내는 알 수 없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만큼 최근 미국 경제 상황에서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들이 뒤따랐다.

슐리 렌(Shuli Ren) 블룸버그 아시아 경제 담당 칼럼니스트는 전일 "공포에 찬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팔에 급히 매달린다(Trump Panics, Rushes Into Xi's Arms)'란 제목의 오피니언 기고를 통해 "중국은 이미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견뎌냈고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무역합의에 절박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렌 칼럼니스트는 "주식시장 반응에 항상 민감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장 마감 후 시장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며 "그는 일련의 트윗을 통해 시 주석에게 (유화적 태도를 뜻하는) '올리브 가지'를 뻗었고 정상회담을 제의했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체 '개인적 만남?'이란 문구로 끝맺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 반동안 중국은 더 큰 경제 위기로 확대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신용 문제를 다뤄야 했다"며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소방관이 1년간 매일 불을 꺼야 한다면 더 능숙해지는 것처럼 지금의 상황은 중국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내놨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은 성명을 통해 "일부 중국산 상품에 대한 10%의 추가관세 부과 시점을 (예정됐던 9월1일에서) 오는 12월 1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연기 대상 품목엔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 모니터, 비디오 게임기, 장난감, 신발, 의류 등이 포함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소비자들이 쇼핑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관세를 미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 쇼핑 성수기 일부 상품 가격이 오를 것에 미국 정부가 부담을 느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같은 소식에 지난 13일 뉴욕 증시는 반등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하루 만인 14일,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감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3% 안팎으로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이슈를 거론하며 시 주석에 유화적으로 보일 수 있는 트윗을 남긴 것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였다.

중국과의 관세 전쟁이 미국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주장도 다시 나오고 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대중 무역전쟁이 지금까지 미국 경제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부정적 영향은 제조, 운송, 유통과 같은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끝까지 따른다면 내년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에 대해 1000억달러(약 121조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며 "지난해 미국 월평균 일자리 증가세는 22만5000명에 육박했지만 최근 3~6개월간 증가율은 14만개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상황을 벗어나 체면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텐데 문제는 시 주석이 그에게 출구를 내어줄 지"라고 덧붙였다.

또 미국이 최근 10% 관세 적용 일부를 유예시킨 것과도 관련해 중국은 '전면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내가 아는 한 중국 측은 일부 연기가 아닌, 추가관세 전부를 철폐해야 한다는 컨센서스를 미중 양국이 존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일 중국 재정부는 홈페이지에서 국무부 관세세칙위원회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약 3000억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한 것은 아르헨티나에서의 양국 정상회담 합의, 일본 오사카 회동에서의 합의와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측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 타협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온건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미 의회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를 위해 뉴햄프셔로 떠나기 전 뉴저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2020년 선거에서 재선에 패할 경우 경제는 침체길로 접어들 것"이라며 "나에게 투표하는 것 외엔 선택이 없다"고 여전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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