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전환 SK이노, 美·中서 8000억원 그린론 조달 성공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9.08.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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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분리막 투자 친환경 인증 국내 최초 사례…글로벌 투자 재원 마련 청신호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전기차용 배터리/사진제공=SK이노베이션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전기차용 배터리/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조(兆)단위 글로벌 투자에 나서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과 중국에서 8000억원 규모 친환경 그린론(Green Loan) 조달에 성공했다. 정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투자 비용 부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한 낭보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기업 최초로 그린론 조달을 통한 투자 재원 확보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내년까지 확보될 자금은 미국, 헝가리에서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과 중국, 폴란드 분리막(LiBS)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 자금으로 활용된다. 차입 규모는 미화 6억2000만 달러, 중국 5억 위안(RMB) 등 약 8000억원이다.



그린론은 친환경 설비 투자로 인정받은 사업에 한해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제도다. 주로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에너지 효율화 같은 친환경 사업 프로젝트와 인프라 사업 자금 조달에 활용된다. 인증 절차 통과에 시간이 소요되고 사후 관리 의무도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물론 은행이 환경문제 해결에 투자함으로써 사회적책임을 실천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이미 관심도가 높다.



그린론을 통한 투자는 국내서는 이번이 민∙관을 통틀어 최초다.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핵심소재인 분리막은 대표적인 친환경 미래사업으로 꼽힌다. 그린론 조달을 통해 사업의 친환경성을 대외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게 됐다. 자금 조달 조건도 유리해진다.

특히 그린론은 본드(Bond)와 달리 분할 인출이 가능해 투자 진척에 맞게 자금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적자에 이어 올해 1~2분기에도 전년 대비 악화된 실적을 기록했다. 회복이 기대됐던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41.6%나 줄어든 4975억원에 그쳤다. 정유화학 업황의 부진이 결정타였다. 이번 대규모 자금조달로 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 헝가리 코마롬 2공장이 2022년 상업 가동에 돌입하면 국내를 포함해 약 40기가(GWh)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올해 말 먼저 완공되는 중국 창저우, 코마롬 1공장은 내년 상반기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

소재 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분리막 사업도 중국, 폴란드 신규 설비를 확보, 2025년 글로벌 생산 능력을 25억㎡까지 늘린다. 시장 점유율은 30% 달성이 목표다. 목표를 달성할 경우 습식분리막 기준 글로벌 1위가 된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다. 분리막 생산설비 투자는 최근 한일 무역 갈등 상황 속에서 필수소재 국산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그린론을 성공적으로 조달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와 핵심소재인 분리막 제품의 친환경 미래사업으로의 가치와 성장성을 인정 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사업 본연의 경쟁력에 기반해 사회적, 경제적가치를 동시에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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