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3년 연속 '광복절 특사' 없다… 이전 정부는 어땠을까?

머니투데이 김효정 에디터 2019.08.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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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사진=뉴스1문재인 대통령./사진=뉴스1


"올해도 광복절 특사는 없습니다"

청와대가 3년 연속 광복절 특별사면을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2일 “사면을 위해서는 한 달 전부터 사전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관련 논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법무부도 광복절 특사를 위해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명의 영화가 제작될 정도로 친숙했던 광복절 특사가 이번 정부 들어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 건데요. 이전 정부들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광복절 특사의 실종, 왜일까요?

◇대통령의 '사면권' 헌법에서 보장



'사면(赦免)'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입니다. 다만 그 방법과 수단은 법률이 정하는 대로 따라야 하는데요.

사면법에 따르면 사면에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이 있습니다. 일반사면은 사면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종류를 지정해 일괄적으로 시행하며 국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일반사면을 받으면 형 선고의 효력이 사라지고 형을 선고받지 않은 사람은 공소권이 상실됩니다.

반면 특별사면은 형을 확정받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특별사면을 받으면 형 집행이 면제되는데요.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의 뜻에 의해 결정됩니다.


[대한민국헌법 제79조 ①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②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③사면·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뉴스1박근혜 전 대통령./사진=뉴스1
◇박근혜정부 두차례 광복절 특사…최태원·이재현 회장 석방

역대 정부는 해마다 광복절에 대대적인 특별사면을 실시해왔습니다. 일제로부터의 독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념하기 위해 1948년 2만여 명의 죄수들을 풀어준 게 광복절 특사의 시초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2014~2016년 세 차례 특별사면을 단행했는데요. 그 중 두 번이 광복절 특사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광복 70주년이었던 2015년 광복적 특사가 압권이었습니다. 무려 6572명이 특사로 풀려났는데요.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등 경제인 14명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특사 규모가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4876명이 특사 혜택을 입었는데요. 중소·영세상공인, 농업인 등 서민 생계형 형사범 4803명과 고령자, 신체장애자 등 형편이 어려운 수형자 73명이 사면됐습니다.

2016년 광복절 특사 때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면석방을 놓고 논란이 일었는데요. 이 회장이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재상고를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이 회장은 당시 6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요. 박근혜 정부의 광복절 특사 시행 방침이 정해지자 돌연 재상고를 취하합니다. 재상고 취하로 이 회장의 형은 징역 2년6월이 확정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풀려납니다.

이를 놓고 형을 확정 받은 사람만 특별사면 대상이 되는 만큼 이 회장과 청와대 사이에 사전 교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정치·경제인 사면 인색한 문재인 정부

이번 정부 들어선 정치인, 경제인 등 유력 인사들의 특별사면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내용이기도 한데요.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뇌물·알선수뢰·알선수재·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자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두 차례의 특별사면을 단행했는데요. 이른바 유력인사로 분류되는 인물 중 사면을 받은 사람은 정봉주 전 의원이 유일합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12월에는 ‘서민생계형 범죄자’를 중심으로 6444명 규모의 특별사면을 단행했습니다. 이때 정 전 의원이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어 올해 3·1절 100주년을 맞아 두번째 특별사면이 이뤄졌는데요. 사드 관련 집회,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 참가자나 쌍용차 파업사태 관련자 등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시국 집회’에 참여한 사람 107명을 포함해 4378명이 사면됐고 정치인과 경제인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특별사면은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면으로 불리는데요. 대통령의 결정만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 사법부의 확정 판결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사법부의 권한을 압도하는 것인만큼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삼권분립에도 어긋납니다.

정당한 법 집행은 다른 권력의 간섭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합니다. 법 질서를 무시한 채 권력층간의 야합으로 사면권이 남용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

법률N미디어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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