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CEO? Yes, 이인섭 리트빅 대표(8)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배병욱 기자 2019.08.1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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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 없는 생각은 망상이다. 실행하라. 아님 과감히 잊어라. 고민해도 결과는 같다"

이인섭 리트빅 대표/사진제공=리트빅이인섭 리트빅 대표/사진제공=리트빅


Q :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인가.
A : Yes(이인섭 리트빅 대표)

# 한 지인이 있었다. 창업을 원했다. 아이디어도 많았다. 늘 이랬다. "이걸로 사업하면 될 거 같은데, 리스크가 좀 있단 말이지." 항상 리스크를 먼저 생각했다. 아직 창업 못하고 있다. 10년째 그러고 있다.



이인섭 리트빅 대표가 들려준 얘기다. 이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했다. "머릿속에만 있는, 실행하지 않는 생각은 망상이다." 그는 "실행이 먼저"라며 "51%의 가능성만 있다면 실행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 되는 이유 찾지 말라"면서 "리스크는 항상 염두에 두고 줄여나가면 된다"고 했다.

"모든 일을 심플하게 바라보는 습관을 길러라. 해당 이슈와 관련해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만 생각하라. 있다면 실행하고, 없다면 과감히 잊어라. 스트레스 받으며 고민해도 결과는 같다."



이 대표는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도적 의사 결정과 그에 따르는 완벽한 책임이 심장을 뛰게 한다"며 "가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도 있지만 그때 역시 고민하고 숙고하면서 또 다른 에너지와 희열를 느낀다"고 했다.

"스트레스와 희열은 종이 한 장 차이죠. 물론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지만요."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상이다.' 아인슈타인이 남긴 명언이다. 이 대표의 인생 좌우명이기도 하다.


우린 모두 미래가 현재보다 낫기를 바란다. 아이러니다. 우린 모두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고 있다.

◇CEO가 되다

이 대표는 1999년 현대전자 휴대폰 사업부에 입사했다. 첫 직장이었다. 주 업무는 휴대폰 하드웨어 개발.

현대전자 휴대폰 사업부는 M&A(인수합병) 등을 거치면서 현대큐리텔, 큐리텔, 팬택앤큐리텔, 팬택 순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팬택 시절 구조조정이 계속됐다. 팀 단위의 할당 인력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 이 대표는 자진 퇴사했다. 그럼 팀 내 다른 인력을 정리해고하지 않아도 됐다.

퇴사를 결정한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반도체 칩이 집적화되면서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도가 올라가던 시기였다. '하드웨어 개발을 지속하는 게 맞을까.'

2006년 팬택에서 퇴사 후 국내 한 팹리스 사의 마케팅팀으로 지원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개발자가 마케터로 변신한 것이다. 그의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는 마케팅에 도움이 됐다. 마케터의 삶으로 6년을 보냈다.

"회의가 싹텄습니다. 사내 정치에 지친 거죠."

회사 상사들 가운데 A와 B가 있었다. 추구하는 방향이 서로 달랐다. 당시 이 대표는 마케팅 상품을 기획했다. A·B 모두 직접 보고 체계에 있었다. A에게 맞추면 B가 반대하고, B에게 맞추면 A가 거부하는 식이었다. 이런 일은 반복됐다.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 직장을 옮겨도 똑같겠지. 어차피 50세 넘으면 직장에서 퇴출될 텐데. 이럴 바에는...'

작심...

'직접 해 보자.' 이 대표는 리스크를 별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거 가능하겠다' 싶으면 그냥 해 보는 스타일이다. '반도체 유통 사업을 하면 될 거 같은데'

2012년 사직서를 던졌다. 아무 준비 없었다. 반도체 유통업을 하려면 세일즈 출신의 파트너가 필요했다. 평소 유심히 봤던 친구가 있었다. '저 친구와 함께한다면 잘해 볼 수 있겠구나'라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솟았다.

만났다. 긴 설명 없었다. 같이하자고 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럽시다." 그 친구의 답변도 짧았다.

안양에 26㎡(8평)짜리 원룸을 얻었다. 국내 반도체 회사들을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대리점 한번 해보겠습니다." 번번이 거절당했다. 기존 많은 업체가 자리를 꿰차고 있어서다. 보통 하나의 반도체를 유통하는 데 3~4개 업체들이 대리점으로 운영됐다.

꼬박 6개월을 누비고 다녔다. 이윽고 국내 한 반도체 업체의 대리점이 됐다. 해외 반도체도 욕심났다. 다시 1년을 쫓아다녔다. 또 얻어 냈다.

맨땅에 헤딩하면서 창업 후 2년이 그렇게 흘렀다. '유통만으론 안 되겠다' 싶었다. 마진율이 낮은 데다 경쟁 또한 치열해서다. 'R&D(연구·개발)를 해야겠다.' 자동차용 DTV 솔루션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차츰 인력을 충원하면서 임베디드 시스템에도 손을 댔다. 이때부터 네임밸류도 생기고 R&D 역량도 커졌다. 그 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까지 개발했다. 지금의 리트빅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CEO로서 가장 어려운 점이요? '인재경영'이죠. 과거엔 아이템이나 자본이 중요했을 겁니다. 지금은 '사람'입니다."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느냐. 또한 그 인재가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할 수 있느냐. 이게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봅니다."

그에 따르면 회사와 임직원이 늘 같은 생각을 할 수 없다. 그 차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걸 고민하는 게 CEO의 최우선 업무다.

◇중기청원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대기업으로의 인재 편중 현상이 심하다. 실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가 너무 부족하다. 대학 교육이 좀 더 실용적이어야 한다. 아울러 중소기업 인재 확보 지원책을 보완해 달라. 현재 고경력 인재 채용 지원 사업이나 석·박사 인재 채용 지원 사업 등이 있지만, 지원 범위와 예산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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