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국 자동차 노조의 新사회적연대 방법론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9.08.13 16:07
글자크기
"용기를 한번 내시면 어떨까요." 이정묵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이 최근 언론을 통해 '노동운동 동지' 하부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에게 전한 말이다. 그는 "시대가 변하면서 조합원들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며 "변화의 물꼬는 노조 리더가 터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동 메카' 울산에서도 초강성으로 통한 두 노조는 이제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올 연초 30분 만에 일사천리로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투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시계추가 여전히 1980~9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일본 경제 보복 이슈로 온 나라가 난리 통인 상황에서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산차 구매로 마음이 기울었던 고객들조차 "노조만 배불려 주는 꼴"이라며 다시 등을 돌린다.

해마다 자동차 노사 협상 시작과 갈등, 파업, 극적 타결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다 보니 무뎌질 정도다. 파업을 하지 않고 넘어간 해를 손에 꼽을 정도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7년 결성된 현대차 노조는 한때 '한국 노동계 맏형'으로 산업 역군이면서 노동자 선봉에 나서 사회 변혁을 이루는데 긍정적 역할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외환 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 노동 양극화 심화의 상징처럼 돼버렸다. 하 위원장마저 "10년의 전진과 20년의 후퇴"라고 자평한 바 있다. "다 함께 잘먹고 잘살자"는 노동 운동의 대의명분이 무색해졌단 얘기다.

지금은 일본과의 '경제 전쟁' 중이다. 특히 한국 자동차의 경우 내수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일본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업종이다.


파업은 법으로 보장된 노동자 권리다. 노조는 기본적으로 이익을 누리기 위해 결성된 단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그 노동 쟁의에 나설 수 있도록 동의하고 지지해 준 게 바로 국민이다. 회사가 어려울 때 쏟아부은 공적 자금은 국민의 혈세로부터 나왔다.

이럴 때 노사가 서로 한발씩 양보하고, 함께 뜻을 모아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이번 위기 속에서 노조가 용기를 내 대승적 결단을 내리길 기대해 본다. 그게 결국 노동 운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회적 책임, 연대와 맞닿아 있다. 또 달라진 세상에서 노조가 사는 길이기도 하다.
[우보세]한국 자동차 노조의 新사회적연대 방법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