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분양가 상한제 적용 확대...강남 집값은 잡겠지만

머니투데이 홍정표 부장 2019.08.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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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택지에만 적용되던 분양가상한제가 민간택지에도 적용된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다. 빠르면 오는 10월 서울 전지역을 포함한 전국 31개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가능하다.

적용시점을 ‘입주자모집승인’으로 바꿔 현재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단지 모두가 사정권에 들어간다. 정부의 고분양가 통제를 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후분양제도 규제를 받는다. 임대후분양 방식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임대보증심사를 의무화하고 고가임대보증 시 거절하기로 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는 강남 재건축단지 위주로 집값 상승 기미가 보이자 내놓은 카드다. 정부가 직접 아파트값을 통제함으로써 최근 서울 강남 등 재건축아파트들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부동산시장이 재과열되는 상황을 막는다는 의도다. 이번엔 집값이 잡힐지 관심이지만 그간 정부 정책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야기한 경우가 많아 이번 대책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사업성 악화로 정비사업조합과 건설사들이 분양을 늦추거나 포기하면 공급물량이 줄고 몇 년 뒤 가격폭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새집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투기과열지구에 지어진 신축아파트는 희소성을 띠게 돼 가격이 오르고,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한 신축아파트 청약을 위해 전세에 머무르려는 수요가 증가해 전셋값 급등 및 전세난이 유발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이 같은 우려에도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값을 단기적으로나마 안정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도 안 좋고, 취업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 아파트값만 비정상적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문제였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옭아매면서 건설경기 악화로 국내 건설사들의 경영부담 가중이 불가피하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 경제보복 등 세계 경제환경은 녹록지 않고 이로 인해 올 상반기 해외수주는 13년 만에 최저인 119억달러에 그쳤다. 과거엔 국내 주택경기가 안 좋으면 해외수주로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건설사들을 걱정하는 것은 건설업이 국내 경기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내수산업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SOC(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고 필요 시 부동산 관련 규제를 푼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설경기 활성화에 쓰는 자금은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대부분 국내 경제활동에 쓰인다. 고용 및 소비증가로 국내 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올해 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비롯해 생활형SOC, 노후인프라 개선 등 대규모 사업을 줄줄이 발표한 것을 보면 건설경기가 국내 경기와 직결된다는 사실은 아는 듯하다.
 
200만명 이상 고용한 건설업에서 지난해 약 32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한다. 또 일감이 사라진 건설현장에선 서로 자기 조합원을 쓰라고 생떼를 부리는 노조가 자주 목격된다. 노조도 자신들의 행동이 과한 것을 알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가격에 거품이 낀 특정 지역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규제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고 규제로 누른 집값은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일자리를 위협받을 이도, 공급부족으로 폭등한 집값에 시달릴 이도 정부가 위한다는 서민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실제 적용은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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