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홍콩국제공항 내 캐세이퍼시픽항공 체크인 카운터 모습. 중국 당국은 캐세이퍼시픽 일부 직원이 홍콩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시위 가담 직원의 중국 본토 진입을 금지했다. /사진=AFP통신
◆시위 참가자 中 영공진입 금지=중국민용항공총국(CAAC)은 지난 10일 캐세이퍼시픽을 포함한 홍콩의 주요 항공사에 "앞으로 반(反)정부 시위에 참가한 조종사나 승무원은 중국 영공을 진입할 수 없다"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비행 전 모든 직원의 인적정보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홍콩에서 중국 본토에 취항하는 항공편은 물론 중국 영공을 지나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로 가는 항공편도 모두 해당한다.
중국 정부는 관영 언론을 통해 캐세이퍼시픽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캐세이퍼시픽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면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본토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불매운동까지 일어날 조짐"이라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그러면서 페덱스 사례를 언급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제재하자 페덱스가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화웨이 관련 화물을 고의로 미국으로 보냈다고 주장하며 전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11일(현지시간) 흰옷을 입은 친중국 성향의 사람들이 반정부 시위 참가자를 주먹으로 때리려 하고 있다. /사진=AFP통신
홍콩 시위 관련 본토 취항에 일정 부분 제재를 받으면서 캐세이퍼시픽 경영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946년 설립된 73년 역사의 캐세이퍼시픽은 1948년 영국계 스와이어그룹이 인수했으며,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홍콩이 아시아의 무역과 금융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캐세이퍼시픽도 아시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홍콩인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홍콩을 거치기보다 직접 중국 본토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중국 본토 국영 항공사들의 취항지가 늘어나면서 캐세이퍼시픽의 입지도 점차 줄기 시작했다. 또한, 중동의 두바이 등이 아시아와 유럽 등을 연결하는 허브 공항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허브 항공사로서의 위상도 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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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 전문가를 인용해 "외교적 긴장이 고조될 때 항공사, 특히 국적 항공사가 공격대상이 되곤 한다"면서 "중국 당국이 캐세이퍼시픽의 본토 취항을 막지는 않았지만,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운영상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캐세이퍼시픽의 곤경은 홍콩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드러낸다"며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해지는 가운데 반중 시위까지 장기화하면서 홍콩 경제가 짓눌릴 것이라 예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홍콩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줄고, 홍콩 증시도 지난 몇 주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캐세이퍼시픽과 모회사인 스와이어퍼시픽 주가는 장중 한때 각각 4.5%, 5.3% 떨어지며 2009년 6월 이후 약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