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모빌리티 정책의 진화

머니투데이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위원 2019.08.12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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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모빌리티 정책의 진화


어느새 모빌리티라는 단어가 일상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미 국내외 완성차, 자율주행기술 개발기업, 물류 기업들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업들과 비즈니스가 직간접으로 연결된 기업들 모두 스스로를 모빌리티 기업으로 호칭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모빌리티라는 단어의 일상화가 늦었다.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공유서비스, 타다, 웨이고 등 다양한 운송 서비스들의 등장으로 모빌리티라는 단어는 기업과 전문가 영역에서 벗어난 것이다. 물론 학술적으로 합의된 정의는 없다. 하지만 모빌리티를 표방한 국내외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보면 ‘인간과 사물 등의 물리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수단들의 제품과 서비스 연구·개발과 시장 출시, 사용자와의 상호작용과 경험 설계, 운영 및 유지보수, 폐기 등의 전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은 플랫폼 진화과정이다. 본격적으로 자전거, 전동스쿠터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 카풀, 차량공유, 승차공유 서비스, 버스, 지하철, 철도 등 공공운송수단을 비롯, 개별 운송수단의 공급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단일 플랫폼에서 복합운송서비스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목적지에서 출발지까지 활용 가능한 모빌리티 수단들의 환승정보 제공과 결제를 하나의 앱에서 처리하며 ‘끊임없는 연결’(seamless connection)의 가치를 우선시한다. 많은 모빌리티 기업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해 상용화하는 것이다. 스마트 홈, 스마트 시티 등 사용자들의 모든 공간을 연결하는 움직이는 플랫폼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진화과정에서 중고차 매매, 세차, 정비, 신차 구매 등 비대면 서비스, 그리고 주차장과 주유소도 새로운 모빌리티 통합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생태계가 구성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살펴보자.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올해 3월18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와 기업들, 시민단체들이 모인 제5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을 개최해 전동킥보드 주행안전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 마련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승차공유는 2014년 8월 국토교통부의 우버X 고발과 2015년 6월 검찰의 불법 판결 후 2019년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 합의안과 7월 택시제도 개편방안 발표까지 무려 5년이란 기간 동안 정부 대책이 전무했다. 택시제도 개편방안 추진을 위한 실무논의기구를 구성해 올해 말까지 총량제, 렌터카 허용, 요금 상한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하겠다고 하지만,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율주행자동차는 2019년 5월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상용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지만, 2019년 5월 기준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자동차는 62대에 지나지 않는다. 시험운행 데이터가 중요한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수준뿐만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도 낮은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유니콘 기업은 없다. 모빌리티 생태계 구성 초기 단계로 기업들이 좁은 국내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승차공유, 자율주행자동차 등 각각의 대책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플랫폼 진화에 대비한 통합적인 정책은 부재한다. 더 이상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마이크로 모빌리티, 승차공유, 자율주행자동차 등을 포함한 모빌리티 산업 발전 계획을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시점이다. 물론 긱이코노미로 대표되는 플랫폼 노동자 문제, 기존 관련 업계와의 갈등 등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할 이슈도 함께 논의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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