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들 "일요일에 호텔 갑니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08.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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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특급호텔 일요일 체크인 고객 급증세…'주 52시간제'·'워라밸' 트렌드로 월요일 연차사용 늘어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테이블34. /사진=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테이블34. /사진=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10년차 직장인 이모씨(38)는 얼마 전 친구들과 일요일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겼다.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에 체크아웃을 해야 하지만 미리 연차를 내 출근 부담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씨는 "금, 토요일보다 상대적으로 한산한 일요일에 호텔을 찾으니 비용도 합리적이고 훨씬 여유로웠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들이 일요일에도 손님 맞이로 분주하다. 월요일 아침을 출근길 지하철 대신 호텔에서 맞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자리 잡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확산하면서 호캉스 패턴도 다양해지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요일에 체크인하는 주말 투숙객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서울 코엑스가 지난 5~7월 동안 일요일 체크인 고객 숫자를 살핀 결과 각각 12%,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진행 중인 8월은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가파르다는 설명이다.

롯데호텔서울도 올해 2분기 일요일 객실 점유율(OCC)이 전년 동기 대비 25%나 상승하며 호캉스 특수를 맞고 있다. 서울신라호텔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도 일요일 객실 점유율이 각각 10%,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 평균 투숙 증가율보다 2배 가량 높은 수치다.



최근 호캉스가 여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는 하지만, 통상 호텔가에서 일요일은 평일과 다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결과다. 한 주를 마치고 온전히 주말을 보낼 수 있는 금~토, 토~일과 달리 일요일은 출근 부담이 커 비즈니스 고객이나 외국인 여행객을 제외하면 투숙객이 현저히 줄어든다. 실제 특급호텔들이 호캉스족을 위한 각종 프로모션을 내놓는 데 열을 올리지만 대체로 금, 토요일에 혜택이 몰려있다.

하지만 최근 빠르게 확산하는 워라밸 트렌드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결합하며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직장인들이 전보다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연차를 몰아 쓰거나 월요일 등 중요한 요일을 피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연차 사용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특히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각자 원하는 요일이나 시기에 맞춰 연차를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에 따라 월요일에 연차를 내고 상대적으로 한가한 일요일에 호텔을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특급호텔들은 일요일 숙박 고객을 위한 혜택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일요일 투숙 고객에게 1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일요일 체크인 상품 특가를 진행 중이다. 롯데호텔서울은 지난달부터 '잇, 플레이, 러브' 패키지 등 주말(토, 일요일) 체크인 고객 대상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일요일이 금, 토요일과 함께 호캉스족이 머무는 요일로 자리매김하며 주요 호텔들이 눈 여겨 보고 있다"며 "최근 일본여행 불매운동 여파로 국내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호캉스족이 늘며 일요일 호캉스 인기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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