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 공매도 더 늘었다…정부, 칼 빼드나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8.1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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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일평균 공매도 5560억원, 올해 평균보다 28% 증가…코스닥 공매도 70~80%는 외국인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인기자


8월 증시 급락장에서도 공매도 거래는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가 늘었다는 것은 증시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금융당국도 시장 불안이 가속화 할 경우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어서 공매도 증가와 주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공매도 제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9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일 평균 공매도 거래금액은 55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7월 일 평균 공매도 거래금액 4345억원보다 28% 높은 수준이다.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5일 6031억원의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고 지난 8일에는 올 들어 5번째로 많은 6516억원이 공매도로 거래됐다. 공매도는 빌린 주식을 판 뒤 주가가 내리면 이를 되사 수익을 내는 방법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사용하는 투자법이다. 주가 폭락 이후에도 높은 수준의 공매도 거래가 이어진다는 것은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전체 거래금액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이달 총 거래금액 중 공매도 금액의 비율은 5.34%로 지난달 4.78%보다 0.56%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 5.5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공매도 비율이다. 코스피에서는 이달 거래금액의 7.5%가 공매도였다.

종목별로는 셀트리온의 이달 공매도 금액이 180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투자심리 악화로 대장주 셀트리온 (191,200원 ▲7,400 +4.03%)에 공매도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183,000원 ▲4,800 +2.69%)의 공매도가 1284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고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1267억원) 삼성전기 (148,700원 ▼1,200 -0.80%)(1003억원) LG생활건강 (380,000원 ▼6,500 -1.68%)(800억원) 헬릭스미스 (4,455원 ▼230 -4.91%)(762억원) 등에서도 상당한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다.

주가가 크게 떨어졌는데도 공매도가 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진다. 국내 증시는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데 공매도는 99%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다.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는 국내에서는 공매도를 하려면 반드시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개인은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차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공매도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크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금액의 60% 이상은 외국인 투자자고 코스닥은 70~80%에 달한다. 이번 달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일 평균 공매도 금액은 3570억원으로 전체의 64.2%를 차지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세력 대부분이 외국인 투자자라는 의미다.

공매도 증가가 곧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좋은 현상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미·중 무역분쟁의 심화와 일본의 경제 보복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공매도 증가가 증시의 불안정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정부가 최근 공매도 제한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4.95%, 코스닥은 5.69% 떨어졌다. 지난 5일에는 하루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56%, 7.46% 하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주가 급락 이후에도 공매도가 늘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진다.

금융당국도 최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발동하기 위한 정량적 기준은 없다"며 "시장 상황과 불안 요인 등 정성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경우 공매도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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