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대금 대신 내"…영세업체에 '갑질'한 휴렛팩커드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19.08.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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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한국휴렛팩커드에 대납요금 반환명령과 과징금 2.1억원 부과

휴렛팩커드의 하도급대금 대납 요구 구조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휴렛팩커드의 하도급대금 대납 요구 구조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한국휴렛팩커드가 영세한 중소업체에 하도급대금을 대납시켰다가 경쟁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거래법을 위반한 한국휴렛팩커드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1600만원을 부과한다고 11일 밝혔다. 공정위가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의 경제적 이익 제공요구 행위를 제재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휴렛팩커드는 2011년 말 'KT 오픈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11개 수급사업자에 위탁했다. 이 중 3개 수급자(A,B,C)에 서면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고 업무를 맡겼다. 2012년 말 위탁 업무가 끝났지만 하도급대금을 바로 주지 않았다.



A에 지급할 하도급대금 3억1460만원은 또 다른 수급사업자 E가 대신 지급했다. 향후 진행될 사업 관련 계약 체결을 빌미로 대금 지급을 떠넘긴 것이다. E는 설립 2년차인 중소사업자였다.

한국휴렛팩커드는 같은 방식으로 수급사업자 D에 B·C의 하도급대금 3억3440만원을 대신 지급하도록 했다. D가 금액반환을 요청하자 수급사업자 E에 5500만원의 대납을 요구했다. E는 D와 계약을 맺고 5500만원을 줬다.



한국휴렛팩커드의 위상 탓에 이 같은 대납 구조가 가능했다. 한국휴렛팩커드는 170개국 이상에서 IT 판매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법인이다. 수급사업자 입장에선 한국HP의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주요 거래처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공정위는 한국휴렛팩커드에 E가 대납한 3억6960만원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IT 서비스 분야에서 원사업자가 영세한 중소업체에 장래 하도급계약 체결을 빌미로 경제적 부담을 지운 행위를 제재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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