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서 올림픽 경기? 선수와 관중 피폭 가능성 있다"

머니투데이 류원혜 인턴기자 2019.08.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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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중 "경기장은 원전 사고 지역과 근접…야구 경기 시 바람 불면 방사능 물질 같이 날릴 것" 우려

/사진=뉴스1/사진=뉴스1


일본 후쿠시마(福島) 지역의 방사선량이 높아 이곳에서 올림픽 경기를 한다면 선수와 관중 모두 방사능에 피폭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후쿠시마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성화 봉송 출발지이자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가 열릴 장소다.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원자력안전위원회 출신)는 9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후쿠시마의 한 경기장 옆에 쌓여있는 방사능 흙에 대해 "이른바 '검은 피라미드'를 저장했던 장소다. 올림픽 전에는 치우겠지만 안전할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검은 피라미드란 방사능에 오염된 농토를 5cm가량의 두께로 긁어내 비닐봉투에 담아 쌓은 모습이 검은 피라미드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에 김 전 교수는 "두꺼운 비닐봉투에 흙을 담아 쌓아둔 것"이라며 "그게 제염(방사능물질 제거 작업)인데 그걸로 방사능이 얼마나 줄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산 지형이면 방사능 오염도가 더 낮아지기 어렵다고도 설명했다. 김 전 교수는 "나무 사이사이를 포크레인으로 5cm씩 긁어내는 게 가능하겠느냐. 애초에 오염된 지역을 제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방사능 물질이 200가지인데 5cm 긁어봤자 방사능이 얼마나 줄어들겠느냐. 나머지는 그대로 표면에 드러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베 정권 내에서 후쿠시마를 재건해 부흥의 올림픽을 맞이하려는 것에 "후쿠시마 재건, 후쿠시마 부흥은 불가능하다. 실패할 것"이라면서 "고농도 오염 지역은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체르노빌도 반경 30km 내에는 사람을 못 들어가게 막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00년 정도 정부가 땅을 사서 국유화를 한 뒤 (후쿠시마)는 포기하고 저농도 지역에서 나온 오염토를 그곳에 보관하는 식으로 현실적인 계획을 짜야 한다"며 "예를 들어 오염수를 300년간 보관하는 건 가능한데 일본은 그건 또 안하고 버리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의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재건 현황 등을 살피고 있다./사진=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의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재건 현황 등을 살피고 있다./사진=뉴시스
김 전 교수는 도쿄올림픽 때 후쿠시마에서 열릴 야구 경기장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경기장은) 원전 사고 지역에서 가깝다. 콘크리트, 시멘트, 아스팔트가 깔린 도심 지역은 방사능 물질이 쌓여도 8년간 빗물에 씻겨나가 문제 없다"면서 "하지만 도심 지역을 벗어나 흙이 있는 곳에 가면 바로 방사능이 올라간다. 제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기장이 도심에 있는 게 아니라 주변에 나무, 공원, 흙이 있는 지역인데 제대로 제염됐을 리가 없다"며 "야구 경기하는데 바람이 불면 방사능 물질이 흙먼지 속에 묻혀 같이 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후쿠시마를 중심으로 한 방사능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돼 왔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말해 올림픽 유치권을 따냈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한 독립 언론인은 "정부가 진실을 덮는 선전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일본인들 사이에서 후쿠시마의 심각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위기와 정화작업, 오염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아베 내각과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에 쌓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톤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일본에 꾸준히 정보 제공을 요구해왔지만 일본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지난 8일 "한국 해수부와 일본 국토교통성이 1년에 한 번씩 '한일 해양환경 협의회의'를 개최해 해양환경 정보를 공유한다"며 "회의에서 방사성 오염수 정보를 제공해 달라 했지만 일본은 계속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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