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변한 만년설... 갑자기 왜?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8.1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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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 녹조류가 자외선 차단 위해 붉게 변한 것…태양 복사에너지 흡수율 높아져 지구온난화에 악순환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고지대에 쌓여 있는 눈이 분홍빛을 띠고 있다. /사진=요세미티 국립공원 트위터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고지대에 쌓여 있는 눈이 분홍빛을 띠고 있다. /사진=요세미티 국립공원 트위터


여름 폭염으로 인해 고지대의 설원을 붉게 물들이는 '수박눈(Watermelon snow)'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늦봄까지는 녹색이다가 여름으로 가면서 분홍색 또는 붉은색을 띠어 붙은 이름이다.

8일(현지시간) NBC뉴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고도 9500피트(약 2.9km)이상 높이에 있는 만년설이 빨갛게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유럽권 북극지역에서 종종 수박눈이 관측됐지만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 같은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고지대에 쌓여 있는 눈이 분홍빛을 띠고 있다. /사진=요세미티 국립공원 트위터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고지대에 쌓여 있는 눈이 분홍빛을 띠고 있다. /사진=요세미티 국립공원 트위터
이처럼 설원이 붉게 물드는 것은 눈 위에 붙어 자라나는 녹조류 때문이다. 눈 표면에서 자라는 녹조류가 뜨거운 여름 햇빛을 받으면서 자외선을 투과시키지 못하도록 색상을 짙게 만드는, 일종의 방어기제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측은 "붉은색은 녹조가 사용하는 천연 자외선 차단제로, 너무 많은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온난화로 눈이 녹으면서 물이 생기자 녹조류가 번식을 시작하며 개체가 급증했다.

'수박 눈'은 다시 만년설을 더욱 빠르게 녹이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눈의 색상이 짙을수록 자외선은 투과하지 못하지만 태양 복사 에너지는 더 잘 흡수하기 때문이다. 태양 복사에너지 반사량을 나타내는 지표인 알베도(Alvedo)는 '수박 눈'이 확산할수록 낮아진다. 지구온난화로 급증한 붉은 색 수박 눈이 이 같은 원리로 온난화를 더욱 부추기는 셈이다. 201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따르면 수박 눈이 태양 복사에너지 반사량을 13%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수박 눈'이라는 달콤한 이름 때문에 산행을 하며 이를 맛보고자 하는 등산객들이 있지만,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스콧 게디먼 공보관은 NBC뉴스에 "인체에 해롭지는 않더라도 수박 눈을 먹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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