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본의 수출규제를 이기는 길

머니투데이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2019.08.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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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 사진제공=기획재정부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지난달 4일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해 불산, 포토 레지스트, 폴리이미드 3가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했다. 이것도 모자라 이달 2일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품목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일방적이고도, 국제규범에 반하는 무책임한 결정을 각의에서 의결했다.

일본이 왜 이렇게 하고 있을까. 우리는 일본이 이렇게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심도 있고 냉철한 분석을 해야 한다. 일본의 무역보복 의도에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보복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그동안 일본은 레이더 문제, 독도 문제 등 안보․정치적 문제에서 사사건건 우리를 간섭하고, 우리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려고 했다. 이번 부당한 무역보복은 우리를 경제적으로 길들이겠다는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이 정치적 이슈를 경제적 보복으로 끌고 온 이번 문제에 대해 우리가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일본의 의도가 무엇이던 간에 우리는 냉철한 이성으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우선, 민·관·정이 협심해 당장 발생할 수 있는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최선의 대응을 해야 한다. 일본의 부당한 행위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8.2일 국회를 통과한 2732억원의 추경 예산을 통한 대일 의존 핵심품목 기술개발 지원뿐 아니라 R&D(연구개발) 세액공제 확대 및 세무조사 유예, 대출 만기연장 등 피해기업 자금애로 해소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 동원해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추진, 주요국 대상 아웃리치(outreach, 대외접촉) 등 국제공조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둘째,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소재·부품·장비산업의 현실을 직시하고,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강력하면서도 항구적인 극일(克日)이다. 이것이야 말로 일본이 가장 겁을 낼 대응방안일 것이다. 산업계·과학계·정부와 모든 국민이 합심해 국산화에 매진(All-In) 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으며, 100개의 핵심 전략품목을 선정하여 조기에 공급을 안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7년간 7조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는 아끼지 않고 투자할 것이다. 또한, 기술개발과 생산을 연결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을 실증 테스트베드(Test-bed)로 운영토록 하겠다.


셋째, 이 과정에서 국론의 분열은 반드시 피해야한다. 어떻게 보면, 일본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국론 분열을 통한 자중지란(自中之亂) 일지도 모른다. 극일(克日)에는 여·야, 민․관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온 국민이 지혜를 모으고 생각을 같이해야 이겨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한 극일(克日)을 위해서는 우리의 신속한 피해대응과 국제사회 공조, 그리고 국산화를 통한 탈 일본화와 국민적 단합이 필요하다.

위기(危機)는 기회(機會)라고 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경제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고 일본 경제를 뛰어넘을 수 있다. 이렇게 할 때, 일본의 정치인들은 자신의 부당한 행동을 반성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위대한 힘을 믿고 다시는 지지 않겠다는 결연한 자세로 신발 끈을 동여 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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