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신 국내여행? 이해는 하지만…" 여행업계의 한숨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08.0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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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 활성화 대책에 빠진 '아웃바운드 여행'…정부 차원의 민간 교류 자제 당부도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지난달 2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일본여행 보이콧'과 '환율 급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국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일본여행 제한 등 교류 중단까지 검토하는 분위기다. 여행업계는 정부의 '국내관광 활성화'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정치가 민간교류까지 막아서는 안된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며 국내 관광시장에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시장이 국내 인·아웃바운드 여행시장에서 모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한일 양국을 오간 관광교류 규모는 방일 한국관광객 753만, 방한 일본관광객 295만 명으로 1000만 명이 넘는다.

이에 정부는 국내관광 활성화를 해법으로 내세웠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일본여행 보이콧 수요를 국내로 돌려 시들해진 국내관광을 되살린다는 것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날(7일) "광복절 전후로 국민들이 참여하는 국내여행 캠페인을 추진할 것"이라며 "바가지요금, 안전·위생 관련 문제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 아시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홍보를 강화해 방한 일본관광객 감소를 상쇄한다는 방침이다.



여행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 대책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쉽다는 반응이다. 정작 이번 한일 갈등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아웃바운드 여행업계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 내에서 '일본여행 제한' 카드를 검토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정부차원의 관광교류 중단 조치가 가뜩이나 어려운 여행업계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창희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일본을 가지 말자고 하는 부분은 여행업계에서 아무런 이의가 없다"면서도 "관광은 민간교류가 중요한데 일부 지자체에서 청소년 교류까지 막고 있다. 정치·외교적 문제로 민간교류를 막는 것을 자제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여행제한은 아웃바운드 여행시장에 직격타로 작용하는 만큼 신중해달라는 취지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중구청 관계자들이 태극기와 '노 재팬' 배너깃발을 설치했다가 반대여론이 커지자 이를 철회했다. /사진=뉴스1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중구청 관계자들이 태극기와 '노 재팬' 배너깃발을 설치했다가 반대여론이 커지자 이를 철회했다. /사진=뉴스1
현재 아웃바운드 여행사들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분기 영업손실을 내며 실적쇼크를 기록한 모두투어를 비롯, 하나투어와 노랑풍선 등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으로 하반기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일본여행 보이콧으로 일본노선 신규 예약률은 전년 대비 50~70%까지 떨어진 데다, 최근 환율급등으로 일본 대체여행지인 중국·동남아 노선의 여행심리까지 악화될 가능성도 높아져서다.

전 세계적으로 해외여행이 일상이 된 만큼, 아웃바운드가 살아나야 인바운드도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아웃바운드 여행사들의 고용창출 등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은데 관광수지 적자를 만드는 외화 낭비의 주범으로만 인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아웃바운드가 활성화되면 취항노선 증가 등의 효과로 외국인 관광객도 유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내 아웃바운드 여행사들이 스스로 문제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아니더라도 지난해부터 패키지여행을 주로 취급하는 여행사들의 하락세가 뚜렷했다"며 "개별여행 증가, 해외 글로벌 OTA(온라인여행사) 플랫폼의 한국시장 안착 등 여행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다소 안일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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