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한 서린 '부관연락선', 일본인 소유로 넘어갔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19.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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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부터 한국 부관훼리와 일본 관부훼리가 공동 운항…한국 법인 경영권에 일본에 넘어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사진=뉴스1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사진=뉴스1


'사의 찬미'로 유명한 윤심덕은 1926년 일본 시모노세키(下關)를 떠나 부산으로 향한다. 그녀가 탄 배는 '관부(關釜)연락선', 한자로 시모노세키와 부산(釜山)의 앞 글자를 딴 배였다. 윤심덕이 연인이었던 김우진과 배 갑판에서 현해탄으로 몸을 던진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관부연락선은 아픔이 서려 있는 배다. 일제는 대륙침략을 위해 관부연락선을 활용했다. 철도와 연결됐기에 '연락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선인 강제징용도 관부연락선을 통해 이뤄졌다. 관부연락선은 1945년 일본 패망 때까지 숱한 사연을 싣고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갔다.



한동안 끊겼던 뱃길은 1970년 살아났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7년 한일 경제 각료회의에서 부산과 시모노세키 항로개설 논의가 이뤄졌다. 1969년 한국법인인 부관훼리와 일본법인인 관부훼리가 설립됐다. 두 회사는 1970년부터 같이 배를 띄웠다. 지금도 공동으로 운항하고 있다.

당초 부관훼리의 경영권은 재일교포인 정건영 회장이 쥐고 있다. 2002년 정 회장이 사망하면서 자녀들이 지분을 상속했다. 부관훼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기준 정 회장 아들과 딸의 지분율은 각각 49.91%였다. 정 회장의 자녀인 재일교포 2세들에게 경영권이 넘어간 것이다.



그런데 2007년부터 최대주주가 바뀐다. 정 회장 자녀들이 상속세를 제 때 내지 않으면서 재산까지 압류당한 후 벌어진 일이다. 자본금 증자 등이 이뤄지며 지분율 변동이 생겼고 최대주주까지 변경됐다. 바뀐 최대주주는 일본 기업 라이토프로그레스다. 라이토프로그레스는 인수합병(M&A) 전문회사로 알려져 있다.

부관훼리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현재 부관훼리의 대표자는 무라카미 키요타카로 명시돼 있다. 사실상 일본의 회사가 된 것이다. 한 때 부산의 기업인들 사이에선 부관훼리의 경영권을 되찾아 와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현재 라이토프로그레스의 지분율은 52.14%로, 부관훼리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부관훼리는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여객선의 승객이 크게 줄었다. 지난 7월 한 달에만 여객선 승객이 30% 줄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10개 선사 12척의 배가 한국과 일본을 오간다. 이 중 한국 선사는 6개다. 부관훼리도 경영권과 무관하게 한국 국적 선사로 분류된다.


정부는 일본 노선을 가진 한국 선사의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만약 지원이 확정된다면 부관훼리도 지원 대상이 된다. 경영권과 무관하게 한국인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한국 법인이라는 이유에서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적 선사를 지원하는 걸 검토하고 있는 건 맞지만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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