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5%도 우리 손으로"…車, 센서 경량소재 국산화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2019.08.08 16:35
글자크기

[핵심품목 자립전략]③자동차, 일찍 시작한 국산화 작업에 힘싣기 "1년 내 5개 핵심 품목 공급안정성 확보"

"남은 5%도 우리 손으로"…車, 센서 경량소재 국산화


30년 전부터 부품 국산화를 위해 노력한 자동차 업계가 '일본 극복'을 위한 남은 조각 맞추기에 도전한다. 일본의 장악력이 여전히 높은 센서, 차량 경량화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 부품·소재·장비 국산화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5일 일본의 2차 경제보복에 맞서 발표한 '100대 핵심 전략품목 경쟁력 강화 대책'에 담긴 자동차 13개 품목을 국내에서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자동차 업종은 지난달 일본의 수출규제로 직격타를 맞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부품·소재·장비 자체조달률도 66%로 반도체(27%), 디스플레이(45%)보다 높았다.

자동차 산업은 1975년 '포니' 출시 때 부품 85% 국산화를 해냈고, 이후 내연기관차 국산화율 95%를 이뤘다. 공급망도 이미 세계 주요국 중심으로 다변화했다.



그러나 미래차를 위한 핵심소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자동차부품 교역액은 비슷한 수준이나 첨단부품을 들여오고, 비첨단부품을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섬유, 초경량소재 국산화 1순위=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자동차 관련 품목 13개 중 단기(1년 내) 5개, 장기(5년 내) 8개에 대한 공급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단기 품목은 안보상 수급 위험이 커 조기 국산화 또는 대체수입국 확보를 해내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5개 품목은 "일본이 알게 되면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보안이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해당 품목을 센서 등 자동차부품, 경량소재(차체, 부품) 등 이라고 소개했다.


지원이 유력한 품목은 탄소섬유와 MLCC(적층 세라믹 콘덴서), CFRP(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와 같은 초경량소재 , 자율주행에 필요한 레이더센서 등이다.

수소전기차의 수소연료 저장용기에 사용되는 탄소섬유의 경우 일본 전략물자에 포함돼 지난달 초부터 수급 우려가 나오던 소재였다.

지난 6월1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국회수소경제포럼 주최, 머니투데이·국가기술표준원·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공동 주관으로 열린 '2019 대한민국 수소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수소전기차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지난 6월1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국회수소경제포럼 주최, 머니투데이·국가기술표준원·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공동 주관으로 열린 '2019 대한민국 수소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수소전기차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넥쏘'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가 일진복합소재와 도레이첨단소재를 통한 수급을 확보해둔 상태다.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개발 및 대체도 기대된다.

전장 장비에 활용되는 MLCC도 국산화 확산 가능성이 있는 품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일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92.5% 수준이었으나 최근 삼성전기를 중심으로 기술력이 올라왔다는 평가다.

차체를 가볍게 하는 초경량소재 개발은 이미 중소기업의 자발적 움직임을 통해서도 이뤄졌다. 자동차용 프레스 금형 등을 제조·판매하는 화신테크는 초경량화 기술인 CFRP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베트남 자동차 전문기업 빈패스트와 초경량소재 차체 금형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초경량화 소재·부품 관련 생산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IMF 때 혁신 가장 많았다…위기→기회 가능"=자동차 분야에선 일본이 장악하고 있던 소재를 국내 업체들의 개발로 대체품을 마련한 사례도 있다.

2016년 일본은 세계 부품·소재 시장에서 가스농도센서(수소센서) 점유율 100%를 차지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인 세종공업이 관련 센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기술은 넥쏘에 장착됐다. 상용화 대비도 들어간 상황이다.

지난해 현대모비스는 일본도 완벽하게 만들어내지 못한 차량 헤드램프 안개(haze) 문제를 해결하는 신소재를 국내 업체 이니츠와 함께 개발했다. 이 소재는 기존 일본산 소재를 모두 국산으로 바꾸는 효과를 이뤄냈다.

이 같은 사례처럼 일본 수출규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당장 연구·개발(R&D)에만 투자하기보다 이미 등록된 특허를 발굴해 상용화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자동차 관련 업체들을 만나본 결과 몇 달 정도 (현 상황을) 준비한 것 같다"며 "지금 기업들은 자유를 원하는데 마침 정부가 지원하고 규제를 낮춘 지금이 자유를 확보할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보면 기업들의 혁신이 가장 많이 일어났다"며 "지금까지 나온 특허 중 쓸모 있는 걸 발굴해 상용화하는 방식 등 효율적인 작업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