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수혜주' 실적 좋은데, 주가는 왜 떨어질까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8.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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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기아차 등 환율 상승으로 실적 개선 효과…글로벌 불확실성 커지며 주가는 하락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수출을 위한 완성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수출을 위한 완성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환율 상승으로 실적 개선 효과를 본 기업들이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수출 위주 기업들이 환율 상승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데,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환율 상승 혜택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 해외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산했을 때 환율이 상승한 만큼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환율 상승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곳이 현대차 (233,000원 ▼4,000 -1.69%)기아차 (110,200원 ▼1,800 -1.61%)다. 현대차는 2분기 매출액 26조9664억원, 영업이익 1조237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1%, 30.2% 늘었는데 증권업계에서는 환율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2640억원 상승한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51% 증가한 5336억원으로 이중 약 1400억원은 환율 상승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 (119,300원 ▼700 -0.58%)도 환율 상승효과를 봤다. 롯데케미칼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6.8% 감소한 4조346억원, 영업이익은 50.6% 줄어든 346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보다 약 400억원 상회한 실적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이 중 455억원이 환율 상승에 따른 효과로 분석했다.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S&T모티브 (45,400원 ▲450 +1.00%)도 환율 상승으로 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2분기 매출액 2523억원, 영업이익 22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1.9%, 49.8% 증가했다. 이중 달러 매출이 40~45%로 영업이익 증가분 가운데 70% 이상이 환율 상승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혈당측정기 제조업체 아이센스 (20,550원 ▲550 +2.75%)현대글로비스 (174,100원 ▼6,500 -3.60%), 고려아연 (452,000원 ▼2,500 -0.55%), 효성첨단소재 (342,000원 ▲1,000 +0.29%) 등도 환율 상승 수혜주로 꼽히는 기업들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 1119원에서 지난 6일 1215.3원으로 8.6% 올랐고 지난해 최저점과 비교하면 15.3% 상승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매출에 큰 변화가 없어도 환율 상승 만으로 상당한 이익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주가는 하락세다. 현대차의 현재 주가는 지난해 초 14만1000원보다 약 10% 하락한 12만7000원에 거래 중이다. 기아차 주가도 현대 4만1700원대로 지난해 초보다 약 3%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은 약 14% 하락했고 고려아연과 효성첨단소재도 4~6% 떨어졌다.

환율 상승 덕분에 실적 개선 효과는 있었지만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출 위주 기업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기가 좋아야 하는데, 미·중 무역분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일본의 경제보복도 새로운 악재로 떠오르면서 수출 기업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평소와 같은 경제 상황에서 환율이 올랐다면 수출 기업에 이득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최근 환율 상승은 한국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일본의 수출 규제가 더해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출 기업들의 이익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 될 수록 글로벌 교역은 위축되고, 수출 위주 기업에는 타격이 된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환율 상승 수혜기업 중에서도 안정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 좋아 환율 상승 수혜주들도 영향을 받지만 중장기적으로 환율 효과로 인한 이익 개선은 긍정적"이라며 "특히 달러 매출이 100%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들의 이익 증가폭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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