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 시동 건 디스플레이 업계…"1년 내 日의존도 낮춘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19.08.0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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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품목 자립전략]②디스플레이, 1년 내 2개 품목 국내 공급…CPI·증착기 대체 진행

국산화 시동 건 디스플레이 업계…"1년 내 日의존도 낮춘다"


"핵심소재·부품·장비 중 일부는 이미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당장 올해는 어렵겠지만 내년까지 품질을 잡으면 일본 의존도를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업계 고위임원)

정부가 5일 일본의 2차 경제보복에 맞서 발표한 '100대 핵심 전략품목 경쟁력 강화 대책'에는 디스플레이 11개 품목(1년 내 2개, 5년 내 9개)을 국내서 공급하는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보안을 이유로 구체적인 항목을 공개하지 않은 대신 1년 내 공급 품목에 대해서는 '주력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전략적 중요성이 커 기술확보가 시급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갤럭시 폴드'와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CPI(투명 폴리이미드) 필름과 OLED 패널을 만들 때 사용하는 증착기 등 일본 의존도가 높은 특정 품목이 1년 내 국내 공급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들 품목은 내년까지 '100% 국산화'하기보다는 국산화율을 높이는 동시에 품질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 CPI 국산화 임박= 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1차 보복에서 수출규제를 단행한 FPI(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CPI 필름을 제작 시 필요한 소재다. 유리처럼 투명한 CPI 필름은 강도가 세면서도 수십만 번 접어도 흠집이 나지 않기 때문에 폴더블·롤러블 등 디스플레이 혁신을 이끌 소재·부품으로 꼽힌다.

FPI의 올해 1~5월 국내 수입 규모는 1296만달러로, 이 중 일본산이 93.7%에 달한다. 대부분 일본 스미토모화학에서 공급받고 있어 CPI를 필두로 한국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 기술력으로 FPI 없이 만든 CPI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 (103,800원 ▼2,400 -2.26%)SKC (109,300원 ▼4,400 -3.87%), 코오롱인더 (34,750원 ▼350 -1.00%)는 삼성디스플레이에 CPI 납품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실제 코오롱인더는 지난달 "일본의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CPI 양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체에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FPI 대체재는 핵심기술인 만큼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지만, UTA(Ultra Thin Glass) 소재 등이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업체 임원은 "CPI는 단기 안정화 가능성이 높은 품목"이라면서 "아직 CPI 시장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국산화 과정에서 품질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日 장비 강자 캐논도키 아성 넘어야…LGD, 국산 장비 이미 도입=장비 역시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품목이다. 특히 일본 캐논도키는 OLED 증착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장비 업체다.

그럼에도 국산화 시도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LG디스플레이 (9,930원 ▼120 -1.19%) 등이 국내 증착기를 속속 채용하고 있어서다. 증착기는 OLED를 제작할 때 기판에 유기물이나 금속을 증발시켜 얇게 코팅하는 증착 공정에 쓰인다.

LG디스플레이가 야스 (11,350원 ▲90 +0.80%)선익시스템 (39,600원 ▼3,350 -7.80%)의 증착기를 일부 사용하면서 국내 업체 양산 능력은 검증됐다.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삼성디스플레이가 국산화에 시동을 걸면 장비도 단기간에 국산화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그동안 장비 분야에서 국산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장기간 공급 경험을 쌓아온 일본산을 단번에 대체하기 힘들었던 게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현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의 높은 눈높이에 맞춰 장비 품질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하는 게 국내 업체의 숙제"라면서 "일단 채택만 되면 생산과정에서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 강국 위해 화평법·화관법 규제 완화해야"=업계는 핵심소재부품 탈(脫)일본을 위해서는 규제도 과감히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의 A사가 수년 전 일본의 규제 품목인 FPI(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개발하고도 상용화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업체는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규제로 대량생산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A사 외의 기업들도 화평법·화관법으로 인해 새로운 화학물질 생산이 규제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2012년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를 계기로 이듬해 화평법과 함께 제·개정된 화관법은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의 배치·관리 기준을 엄격히 규제하는 게 골자다. 영업자는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꿨다.

다행인 것은 일본의 경제보복을 계기로 국회와 정부에서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은 현재 관련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화평법·화관법 시행 규정 등을 고쳐 수출규제 대응물질 취급시설 인허가·기존 사업장 영업허가 변경 신청기간을 75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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