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끝내 터진 美中 환율전쟁... 기업들은 "새우등 터질라"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이상배 특파원, 한고은 기자, 추우진 인턴기자, 장시복 기자, 안정준 기자, 이정혁 기자, 세종=최우영 기자, 강기준 기자, 유승목 기자 2019.08.0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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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의 서막](종합)

편집자주 국지전이라 할 만한 미중 무역전쟁의 불길이 환율전쟁이라는 전면전으로 옮겨붙었다. 미국이 25년만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다. 무역전쟁은 관세를 매개로 하지만 환율전쟁은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와 위안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경제거래에 직격탄이 가해진다. 당장 외환.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세계경제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美, 中 환율조작국 지정…'포치' 후폭풍
[환율전쟁의 서막]①



【상하이=AP/뉴시스】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대표(가운데)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달 31일 상하이 무역협상장인 시자오컨퍼런스센터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며 대화하고 있다.【상하이=AP/뉴시스】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대표(가운데)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달 31일 상하이 무역협상장인 시자오컨퍼런스센터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며 대화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전날 위안/달러 환율이 이른바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7위안선(포치·破七)을 돌파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결국 환율로까지 확전됐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처음이다. 이후 미국이 경고에 그치지 않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환율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인정하지 않았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교역촉진법에 따라 1년간 환율 문제 개선을 위한 양자협의를 하게 된다. 만약 여기서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미국은 △대외원조 관련 자금지원 금지 △정부 조달계약 금지 △IMF(국제통화기금) 추가 감시요청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미 재무부 결정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저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떨어뜨렸다. 이는 환율 조작이고 중대한 위반이다"고 했다. 이어 "결국 중국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역전쟁으로 높은 관세를 물게 된 중국이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고의로 낮췄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듣고 있느냐"며 금리인하를 통해 달러화 가치를 낮출 것을 압박했다. 연준이 지난달 정책금리 목표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부족하니 더 인하하라는 압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이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자 다음 달 1일부터 약 3000억달러 규모 나머지 중국산 상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했다.

유희석 기자, 이상배 기자

한국, 美 10월 환율보고서 '관찰대상국' 제외 불발
[환율전쟁의 서막]②대미 무역흑자 다시 200억달러 초과…경상흑자 비율까지 2개 조건 해당

[MT리포트]끝내 터진 美中 환율전쟁... 기업들은 "새우등 터질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가운데 오는 10월 한국이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낮아졌다.

6일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는 203억달러4850만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이 2015년 교역촉진법으로 정하고 있는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 지정 요건 △연간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 기준을 넘어섰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에 관한 보고서(환율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자체 기준에 따라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을 지정한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1988년 종합무역법, 2015년 교역촉진법에 근거한다. 교역촉진법은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2% 초과)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GDP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지속기간 6개월) 등을 기준으로 2개에 해당되면 관찰대상국, 3개에 해당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미국은 지난 5월 발표한 최신 환율보고서(2018년 대상 분석)에서 한국을 △대미 무역흑자 180억달러 △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 4.7% △GDP 대비 0.2% 순매도 국가로 분류했다.

당시 미 재무부는 한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3가지 중 1가지에만 해당한다며 올해 하반기까지 같은 상태를 지속할 경우 오는 10월 관찰대상국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0월 환율보고서 분석 대상 기간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200억달러를 넘게 된 것이다. 또 지난 7월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은 3%대 중반이다.

그동안 미국이 추정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규모, 시장 투명성 등을 감안하면 외환시장 개입 기준에서는 자유롭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 10월 환율보고서에서는 2가지 기준에 해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역촉진법상 환율조작국 기준에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중국에 그랬듯 종합무역법을 무기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무역법은 △대규모 경상흑자국 △상당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을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으로 삼는다. 기준이 모호한 만큼 자의적 적용이 가능하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 미국 경제가 수축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본다"며 "기준금리를 내려도 소비나 투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낮고, 정부부채 문제에 재정정책 한계도 있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로 환율문제를 거론하며 더 공격적인 달러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추우진 기자

외환 당국 브레이크 잡았지만…위안화發 변동성 확대 불가피
[환율전쟁의 서막]③전문가 "트럼프발 달러약세 현실화시 원화강세 방향 전환" 전망

(서울=뉴스1)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달러·위안 환율이 7.0663을, 원·달러 환율은 1215.3원을 나타내고 있다.(서울=뉴스1)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달러·위안 환율이 7.0663을, 원·달러 환율은 1215.3원을 나타내고 있다.
원화 가치가 위안화 움직임을 따라 급등락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화 의지를 내비쳤지만 미중 무역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 당분간 환율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와 같은 1215.3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223.0원까지 올랐지만 오전중 하락 반전했고, 오후 들어서는 1209.6원까지 떨어졌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는 폭탄을 떨어뜨렸음에도 이날 중국 인민은행이 고시한 환율(달러당 6.9225위안)이 시장 예상보다 높지 않아 원/달러 환율 상승이 제한됐다.

인민은행은 이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오는 14일 홍콩에서 300억위안 규모의 중앙은행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역외 위안/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달러당 7.14위안대까지 상승했지만 이같은 중국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화 의지가 확인되자 오후 들어 7.05위안대까지 하락했다.

국내 외환당국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를 열고 "과도한 시장 불안은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융·외환시장 상황 점검회의 후 "시장의 안정, 특히 외환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위안화 환율 움직임에 따라 원화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수출규제 장기화도 부담 요인이기는 하지만 최근 원화 변동성을 키운 메인 변수는 미중 무역분쟁과 그에 따른 위안화 환율 불안정"고 분석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도 "현재 상황 자체는 미중 무역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심한 모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가치가 낮아지는 게 현재 한국 경제 상황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카드를 꺼내든 이면에는 달러 약세를 원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약세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원화에는 장기적으로는 원화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며 "최근 경제상황이나 수출기업 사정을 감안하면 지금은 어느 정도 올라있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김유미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약세 전환 시점으로 4분기를 지목했다. 그는 "우선 9월중에 미중 간 위급 무역협상이 예정돼있고, 연준의 연방공개시장회의(FOMC)도 9월 중순에 열린다"며 "주요 이벤트를 소화한 뒤에 약보합 수준의 달러약세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미 연준이 금리인하를 공격적으로 하는 게 미중 무역분쟁 때문이라면 무역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원화약세 요인이 될 수 있어 상충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며 "만약 그 이상의 글로벌 달러약세가 나타나면 원화도 다시 강세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환율전쟁, 美·中 틈에 낀 韓 기업 "불확실성 악재"
[환율전쟁의 서막]④불확실성으로 환율급등시 수출기업 단기호재…장기화시 업종넘어 침체 불가피

 미국 재무부가 '1달러=7위안' 벽이 무너지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가운데 6일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위안화 지폐를 점검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미국 재무부가 '1달러=7위안' 벽이 무너지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가운데 6일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위안화 지폐를 점검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물론 원화 가치 하락이 단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시킬 수 있겠죠. 하지만 불확실성으로 수요가 위축될 위험을 함께 안고 있어요. 복합적으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자, 대기업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향후 정세를 예측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일본 수출 규제에 미·중 환율전쟁까지 본격화돼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6일 원/달러 환율은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지난 2분기 '환율 효과' 덕에 호실적을 보였던 자동차 업계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뛰면 자동차 업계 매출은 42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불안정한 경영 여건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 하반기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교역 둔화와 투자 심리 위축, 신흥국 경기 부진 등 다양한 부정적 요인들로 인해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어려운 경영 환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중 환율 전쟁 확전은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는 대부분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기 때문에 원화 가치 하락이 실적 개선에 긍정적일 수 있다. 또 가전 등 전자 제품도 해외거래 시 사용하는 결제 통화 종류를 30개 이상으로 다변화해 환 헤지를 하고 있어 리스크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정유·화학·철강업계는 '급격한 변화'만 아니라면 원화 약세나 강세, 어느 쪽이든 큰 충격파는 없을 거란 반응이다. 수출 비중이 높지만 원자재 상당 부분을 수입해 쓰는 사업 구조상, 환 변동에 어느 정도 대비 태세를 갖췄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 원화 약세는 호재지만, 강세는 악재다. 원화 약세일 경우 선박 대금이 모두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매출은 물론 수익성도 뛸 수 있다.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반대의 경우가 생긴다.

반면 항공 업계는 최근 환율 급등(원화가치 약세)이 부담이다. 고가의 항공기와 연료를 달러로 사오거나 빌려야 해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된 빚이 늘어서다. 대한항공의 순외화 부채가 약 90억 달러인데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9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환율 상승은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를 줄여 매출 감소로도 이어진다.

이처럼 업종별로 단기적 환율 급변에 대한 반응에 온도차가 다소 있지만, 환율전쟁 국면이 장기화하면 부정적 결과가 나올 것이란 게 공통된 반응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 위축과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 중국 보복 대응 등 악순환이 반복되면 결국 글로벌 경기가 위축돼 업종을 불문하고 국내 업체 실적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장시복 기자, 안정준 기자, 이정혁 기자

정부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우리와 무관" 진화 나섰지만…
[환율전쟁의 서막]⑤대일본 무역전쟁 따른 원하가치 하락 와중에 덮친 외부 악재...한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존재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6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시장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최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동향 및 전망과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입 동향에 대해 논의 했다. /사진=뉴스1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6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시장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최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동향 및 전망과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입 동향에 대해 논의 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른 국내 시장의 움직임을 '심리적인 문제'로 판단했다.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영향 받을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와중에 터진 일이어서 한국 경제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회정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중 무역갈등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며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과 한국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김 관리관은 지난 5일의 환율 상승에 대해 "외환시장이 위안화와 과도하게 동조화 일으킨 점이 있다"며 "변동성 강화는 엄중하게 받아들이나 시장 상황과는 맞지 않다"고 했다.

기재부의 다른 당국자도 "우리가 미중무역 당사자가 아니고, 간적접으로 영향을 받는다 하더라도 시장이 흔들릴 우려는 없다"며 "그런데도 시장이 심리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서 필요할 경우 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우리의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을 감안하면 낙관할 수 없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입은 총 1조1400억6209만달러(약 1385조원)로 이 중 중국이 2686억1365만달러(약 326조원), 미국이 1315억8825만달러(약 160조원)를 차지했다. 두 나라가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1%에 달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추가관세 부과 방침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24%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 20개국 중 멕시코(-0.25%포인트)에 이어 두번째로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항조정률은 무역전쟁 당사자인 중국(-0.23%포인트)보다도 크다.

한국이 중국에 이어 추가로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게 미국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 역시 환율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으나 미국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하를 의도적으로 방치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개입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국제 금융투자자들에게 한국 외환시장이 상당히 불안해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면 모르겠지만, 현재 일본과 상호 보복전을 벌이는 과정에서는 한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우영 기자

'첫 환율조작국'뼈아팠던 한국...中, 6차례 '최다'
[환율전쟁의 서막]⑥日'플라자 합의' 이후 환율조작국 지정...여태껏 중국 6번·대만 4번·한국 3번 지정

/사진=로이터통신./사진=로이터통신.
미국이 여태껏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나라는 한국, 대만, 중국 총 3국에 불과하다. 이 중 한국과 대만은 미국의 첫번째 환율조작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고, 중국은 지난 5일 25년만의 지정까지 합쳐 6번이라는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관련된 역사는 일본에서 시작한다. 쌍둥이 적자(경상·재정수지 적자)의 원인으로 환율을 지목한 미국은 일본 등과 '플라자 합의'를 맺었고, 일본은 엔화 가치가 80%이상 치솟으며 고통 받았다. 그 이후 1988년 종합무역법을 제정, 환율조작국을 법적으로 지정할 근거를 마련했다. 당시 미국은 '정부가 환율에 개입해 불공정한 무역 경쟁을 펼치는 국가를 감시하겠다'고 선포했다.

한국과 대만은 1988년 10월 첫 사례로 지정됐다. 한국은 1988~1990년까지 총 3차례 지목됐다. 미 재무부는 "두 국가는 자국 화폐가치 평가 절하로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중앙은행 등 정부기관이 환율이 시장 원리를 반영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과 대만은 1989년 4월에도 "충분한 시정 노력이 없다"며 재차 꼽혔고, 한국은 홀로 1989년 10월에 재지정됐다. 한국은 정부 고시 환율제도를 시장원리에 따른 '시장평균환율' 제도로 바꾸고 1990년 4월 환율조작국에서 벗어났다. 대만은 이후 1992년 두차례 더 리스트에 오르며 총 4차례 지정됐다.

중국은 최다 환율조작국 지정 사례다.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총 다섯차례, 지난 5일 미국이 새로이 지정하면서 총 6차례라는 기록을 세웠다.

중국은 당시 고시하는 공정환율과 기업간 외환거래를 통한 조절환율 두가지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중국이 수출입 과정에서 유리한 환율을 골라 사용하면서 '편법적 보조금'이라는 비난을 샀다. 게다가 1992년 미 대선에서 당선된 빌 클린턴 대통령도 '미국의 경제재건'을 내세우면서 막대한 대미흑자를 올리던 중국에게 칼 끝을 겨눴다. 결국 중국은 1994년 1월 1월 이중환율제도를 단일화하고 시장상황을 일부 반영한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며, 위안화 기준환율을 8.72위안으로 고시했다. 공정환율은 33% 절하했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에 타격을 입혔던 조절환율은 15% 절상하면서 미국이 승리를 챙긴 셈이 됐다. 미국은 1년에 두차례 환율보고서를 내고 조작국을 지정하는데 재무부는 1994년 7월 중국을 지정하는 것을 끝으로 환율조작국을 지정하지 않았다.

미국은 25년만에 중국을 다시 환율조작국 명단에 올렸다.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11년만에 달러대비 위안화 가치를 심리적 저지선인 7위안을 돌파하는 '포치(破七)'를 용인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인 것이다.

환율조작국에 지정된 국가들은 초기엔 자국 통화가치 상승이 일어났다. 한국은 1988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자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20%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날 오전에도 달러대비 위안화 환율을 상승(가치 절하) 시키면서 또 맞불을 놨다. 하지만 환율조작국에 지정되면 장기적으로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이로인해 대규모 자본 유출이나 증시 폭락 등이 발생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강기준 기자

'일본 보이콧'에 '환율 급등'까지…해외여행 위축될까
[환율전쟁의 서막]⑦한일갈등에 환율 악재 겹쳐 일본노선 수요 감소 가능성…여행업계 실적에도 먹구름

일본의 백색국가 목록 제외 등 대내외 외환시장 불확실성 영향으로 원화의 약세가 두드러져 달러당 환율이 1200원대를 돌파한 4일 오후 관광객들이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일본의 백색국가 목록 제외 등 대내외 외환시장 불확실성 영향으로 원화의 약세가 두드러져 달러당 환율이 1200원대를 돌파한 4일 오후 관광객들이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한일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며 일본여행을 포기하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여행객들의 해외여행 선택의 폭이 더 좁아졌다. 국내 주요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들의 실적쇼크 우려도 높아진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율 상승으로 여행시장이 다소 위축될 조짐이다. 전날(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3원 급등한 1215.3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6년 3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원화가치가 최저치로 떨어졌다. 6일에도 4.7원 오른 1220.0원에 출발하는 등 원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환율 급등에 정부는 이날 신속한 시장안정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과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 확대되면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선의 고환율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들의 여행심리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환율이 오르면 전반적인 여행비용이 상승하고 해외여행객들의 구매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단체여행의 경우에도 패키지여행 상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평소대로라면 8월 휴가철 성수기에 이어 오는 9월 평년보다 이른 추석으로 한창 여행심리가 높아져야할 상황이지만 오히려 여행시장이 위축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여행 시장의 인기가 더욱 시들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부터 번진 '일본여행 보이콧' 분위기에도 저렴한 비용 등을 이유로 일본여행을 준비하던 이들까지 높아진 환율로 일본행을 망설일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저비용 고효율 여행지로 꼽히는 일본은 정치갈등 만큼 경제적 이슈에도 민감하다.

실제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방일 한국인 관광객은 2003년 이후 대체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지만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전년 대비 -8.4%, 33.4% 감소했다. 2008년 벌어진 금융위기로 원화가치가 급락하며 해외여행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원화가 강세를 보였던 지난해에는 태풍 등 자연재해와 강제징용 등 사회·정치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인 753만 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찾았다.

이 같은 분위기에 여행사들의 하반기 전망에도 먹구름이 짙어진다. 2분기 영업손실을 낸 모두투어를 비롯, 하나투어와 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사의 고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일본여행 보이콧으로 전체 여행상품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일본노선 신규 예약률이 전년 대비 50~70%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일본노선 대체 여행지로 주목 받으며 성장세를 보이는 동남아, 중국 등도 환율 악재에 따른 영향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일갈등으로 동반 침체 우려가 나오던 방한 일본 인바운드를 비롯, 방한 관광시장은 환율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국내 관광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일본 2030 개별여행객을 비롯, K-팝과 K-뷰티 등 신한류 콘텐츠에 관심 많은 젊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한국여행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25년전 '환율조작국' 5번 압박에 항복한 中, 이번엔?
[환율전쟁의 서막]⑧92~94년 환율조작국 지정된 中, 환율체계 개혁하며 풀려나...이번엔 中쉽게 안물러날 것 예상

/AFPBBNews=뉴스1<br>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환율로까지 확장됐다. 25년전에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중국은 결국 달러대비 위안화 가치를 15% 가까이 절상해야했다. 하지만 이번엔 중국이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미국은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중국을 총 다섯차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미 재무부는 중국이 이중환율제도 등을 이용해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다며 외환시장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당시 중국은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공정환율과 기업간 외환거래를 통한 조절환율 두가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문제는 90년대들어 두 환율간 격차가 커지면서 불거졌다. 공정환율은 달러대비 5.7위안, 조절환율은 10.8위안까지 간극이 벌어졌다. 중국은 수입할 때는 공정환율을 적용하고, 수출할 때는 조절환율을 적용하는등 유리한 환율을 골라 사용했다. 국제사회는 중국에 '편법적 보조금'이라고 비난을 했다.

게다가 92년도엔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고도 미 경제침체로 인해 재선에 실패, 빌 클린턴 대통령이 당선됐다. '미국의 경제재건'을 선언한 클린턴 대통령은 막대한 대미 흑자를 거두는 중국과 일본을 직접 겨냥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 재무부는 1992년 5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첫 지정한 후 같은해 12월 "여전히 이중환율제로 시장을 교란한다"면서 재지정했고, 1993년 5월 "변화의 노력이 없다"며 또 압박했다. 같은해 11월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소식을 알리면서도 "시장중심 경제와 외환체계 개혁을 하려는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그리고 중국은 2014년 1월 이중환율제도를 단일화하고 시장상황을 일부 반영한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며, 위안화 기준환율을 8.72위안으로 고시했다. 공정환율은 33% 절하했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에 타격을 입혔던 조절환율은 15% 절상하면서 미국이 승리를 챙긴 셈이 됐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 기간 중국내 인권 문제 등을 물고늘어지거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최혜국(MFN) 대우를 제외 관세 혜택을 없애겠다며 시종일관 압박했다.

이번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지정 근거를 '교역촉진법'이 아닌 1988년 '종합무역법'에 근거했는데, 이 법안은 '해당 국가의 경제 및 환율 정책을 압박한다'고 보다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촉진법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에 비관세장벽을 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일부 외신은 이미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으로 관세 부과 및 각종 교류를 끊은 상황이어서,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게다가 중국이 미국에 농산물 수입 금지와 환율을 무기로 내세운 상황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기준 기자

대공황~日잃어버린 20년…글로벌'쩐의 전쟁'
[환율전쟁의 서막]⑨세계대전 때 경쟁적 통화절하…경제패권 유지 수단으로 활용

6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 지폐를 점검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은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미중이 환율전쟁을 벌이며 무역분쟁이 더 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19.8.6/뉴스1  6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 지폐를 점검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은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미중이 환율전쟁을 벌이며 무역분쟁이 더 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19.8.6/뉴스1
미국 대공황부터 1, 2차 세계대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까지 환율전쟁의 역사는 길고 그 효과는 파괴적이다.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다른 나라의 부(富)를 강탈하는 현대적인 의미의 환율전쟁은 제1차 세계대전과 함께 시작됐다. 당시 세계는 금에 화폐 가치를 고정시키는 금본위제를 채용했는데, 전쟁으로 재정이 부족해진 나라들이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화폐 발행을 늘렸다. 이는 사상 최초의 초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는데, 1919년부터 1923년까지 독일 물가는 4815억배나 늘었다. 전쟁이 끝난 후 세계는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갔으나, 막대한 무역적자를 견디지 못한 영국이 파운드화 평가절하에 나서면서 다시금 환율시장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1929년 시작된 대공황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환율을 경쟁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1933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대공황 극복을 위해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달러 가치를 기존 금 1온스당 20.67달러에서 35달러로 대폭 절하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4년 세계 각국은 전후 복구와 환율전쟁 재발을 막기 위해 '브레턴우즈' 체제를 출범시킨다.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고정환율제와 무역장벽 철폐, 긴급유동성 지원을 위한 국제통화기금(IMF) 설립 등이 골자였다.

그러나 브레턴우즈 체제는 오래가지 못한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과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결국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던 것을 중단하고 모든 수입품에 10%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세계 외환시장은 일시에 폐쇄되고, 미국으로의 수출의존도가 높던 아시아와 중남미 경제는 충격에 빠졌다. 달러 가치가 폭락하면서 반대로 일본 엔화와 금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이후 '석유파동'으로까지 이어진다. 사실상 브레턴우즈 체제가 종말을 고한 것인데,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시절 발생한 '닉슨 쇼크'라 불린다.

1985년에는 일본 경제에 극심한 거품을 끼게 한 '플라자합의'가 나왔다. 당시 무역과 재정에서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던 도널드 레이건 정부는 당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갖췄던 일본과 독일, 프랑스, 영국과 달러 가치를 대폭 낮추기로 합의한다. 엔화 강세로 경기 침체를 우려한 일본 정부는 적극 저금리 정책을 펼쳤고, 이는 부동산이나 주식 투기로 이어진다. 결국, 거품이 터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으로 대표되는 오랜 경기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플라자합의 이후 미국은 1988년 종합무역법을 제정하고 환율을 조작하는 무역상대국에 경제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거나 미국과의 무역에서 많은 흑자를 내는 나라에 대해 미 재무부가 각종 압박을 가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종합무역법의 환율조작국 관련 규정이 모호하고 제재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2015년 교역촉진법에 새로운 기준을 도입했다. 보통 국내총생산 대비 대미 흑자 규모가 큰 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데, 일부 기준만 충족하는 경우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2016년 이후 계속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다.

이번 환율전쟁의 당사국이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중국의 경우 환율 전쟁의 역사가 13세기 금나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여진족이 송나라를 남쪽으로 몰아내고 세운 금나라는 한때 대륙을 호령했다. 하지만 물자가 부족해 주요 물자를 남송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때문에 재정이 항상 궁핍했다. 금나라는 재정 부족을 메우기 위해 지폐 발행을 늘렸으나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폭락했다. 경제가 파탄 난 금나라는 결국 몽골의 침략을 버티지 못하고 멸망한다. 900여년 전 여진족(금)에 시달렸던 중국(당시로는 송)은 금나라 멸망이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21세기에는 버거운 상대인 미국과 정면 충돌 중이다.

유희석 기자

中 "美 농산물 안 산다" vs 美 "中 환율조작"…무역전쟁 확전
[환율전쟁의 서막]⑩中, 트럼프 '관세폭탄'에 美 농산물 구매 중단·관세 검토 '반격'…트럼프 "中, 달러당 7위안 돌파는 환율 조작"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하고 기존에 수입된 미국산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환율 조작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으로 치닫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이날 새벽 온라인 성명을 통해 "중국 업체들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며 "3일 이후 구입한 미국산 농산물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그러나 새로운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는 미국산 농산물의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던진 관세폭탄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9월1일부터 약 3000억달러 규모의 나머지 중국산 상품에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말 일본 오사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지 한달여 만이다. 이 추가관세가 발동되면 미국으로 수입되는 사실상 모든 중국산 상품에 추가관세가 붙게 된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 총 2500억달러(약 300조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한 미국은 나머지 3250억달러(약 390조원) 어치 중국산 상품에도 최대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저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떨어뜨렸다"며 "이는 환율 조작이고 중대한 위반이다. 이는 결국 중국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듣고 있느냐"며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져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금리인하로 달러화 가치도 낮춰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국 인민은행은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에 맞서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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