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쇼크'…특례상장 바이오 주가 '뚝'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8.0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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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타바이오, 셀리드 등 특례상장 바이오 대부분 공모가 하회…신약 기대감 하락 원인

신라젠이 개발 중인 펙사벡 바이알 / 사진제공=신라젠신라젠이 개발 중인 펙사벡 바이알 / 사진제공=신라젠


신약 개발 기대감으로 특례상장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대부분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악재로 제약·바이오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신약 개발 기대감도 낮아지면서 기업가치도 재조정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신라젠 마저 임상에 실패하면서 특례상장 바이오 업체들의 주가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특례상장한 제약·바이오 업체 22곳 가운데 지난 5일 기준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진 업체는 17곳으로 집계됐다.



당뇨합병증 신약을 개발 중인 압타바이오 (5,780원 ▼210 -3.51%)는 공모가 3만원으로 지난 6월12일 상장했지만 상장 첫날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더니 지난 5일에는 공모가보다 47.5% 하락한 1만5750원에 마감했다. 6일 현재도 전일 대비 약 4% 하락한 1만5050원에 거래 중이다.

항암면역치료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셀리드 (3,835원 ▼50 -1.29%)는 공모가 3만3000원으로 투자자을 모았고, 지난 2월20일 상장 첫날에는 5만6200원까지 오르며 대박을 터트리는 듯 했다. 지난 3월15일 최고 6만4900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 5일에는 공모가보다 40% 떨어진 1만9750원에 마감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지노믹트리 (23,150원 ▲550 +2.43%)수젠텍 (5,690원 ▼30 -0.52%)도 주가 하락은 이어진다. 지노믹트리 주가는 현재 1만2300원대로 공모가 2만7000원보다 약 45% 하락했고, 수젠텍도 공모가 대비 60% 떨어진 4800원대에 거래 중이다.

바이오 열풍을 타고 2017~2018년 특례상장한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경피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한 아이큐어 (1,895원 ▼47 -2.42%)는 공모가 6만5000원에 상장했지만 현재 주가는 2만원대로 떨어졌다. 항암 항체의약품을 개발하는 파멥신 (2,915원 ▼285 -8.91%) 역시 현재 약 2만8000원으로 공모가 6만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밖에 싸이토젠 (12,550원 ▼180 -1.41%), 티앤알바이오팹 (7,850원 ▼130 -1.63%), 엔지켐생명과학 (1,759원 ▼1 -0.06%), 바이오솔루션 (19,580원 ▲1,830 +10.31%), 아스타 (5,830원 0.00%), 휴마시스 (1,759원 ▼39 -2.17%) 등 대부분 업체가 공모가보다 20~30% 이상 주가가 떨어진 상태다.


별다른 실적이 없어도 신약 성공 가능성과 기술력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모았지만 현실은 공모가보다 못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특례상장은 자기자본이나 실적이 미미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검증받으면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술은 있지만 실적이 없는 업체들이 주로 특례상장을 이용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왔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특례상장이 본격화한 것은 신라젠이 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하면서부터다. 신라젠은 간암 치료제 '펙사벡'으로 시장의 기대를 모았고, 상장 이후 주가가 10배 이상 뛰면서 바이오 열풍의 중심이 됐다.

신라젠 이후 특례상장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급격히 늘었다. 실적 없이 영업적자만 기록 중이 기업도 상당했지만 공모가가 밴드(공모가 예상 범위) 상단에 결정되는 사례가 빈번했고, 일각에서는 '바이오 거품'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신약 개발 지연과 연이은 제약·바이오 업계 악재로 주가는 크게 조정받는 중이다. 특히 에이치엘비와 신라젠 등의 연이은 임상 실패로 다른 제약업체들의 신약 기대감도 떨어진 것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적이 없으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정도 어려워 최근 지속되는 주가 하락에도 투자자들은 쉽게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특례상장 기업들은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 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IPO(기업공개) 시장도 좋지 않아 공모주 투자만 하면 성공한다는 기대감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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