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5일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장보다 0.33% 오른 6.9225위안으로 고시했다. 기준환율이 6.9위안선을 넘긴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기준환율 상하 2% 범위에서 움직이는 역내위안화(CNY) 환율은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1.43% 급등한 7.0397위안까지 올랐다. 역내위안화 환율이 7위안선으로 오른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이후 약 11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기본적으로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중국 경제 악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3000억 달러(36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중국도 '보복'을 예고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도 위안화 약세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무역전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선 당분간 위안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이미 중국산 수입품 2500억 달러 어치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매기고 있고, 9월1일부터는 남은 중국산 수입품 3000억 달러 어치에 대해 새롭게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게 된다.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이를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다. 이날 고시환율을 기준으로 위안화 가치는 무역협상이 순조로웠던 지난 5월에 비해 이미 2.8% 가량 떨어져있다. 그만큼 수출을 위한 가격 경쟁력이 생긴 셈이다.
다만 위안화 가치 하락이 수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 등으로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작지 않다는 반론도 많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 무역에서 이익을 챙겨왔다고 비판해온 미국의 존재도 부담이다. 싫든 좋든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위안화 환율 하락을 장기간 방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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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베이=AP/뉴시스】중국 안후이성 화이베이시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세고 있다. 17일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폭락하며 위안화-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기록했다. 2019.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