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밸류로 돌아간 증시…코스피, 3년2개월 저점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이태성 기자 2019.08.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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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구원투수' 연기금, 외인 매도세에 역부족...코스닥, 사이드카 발동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1.15포인트(2.56%) 하락한 1946.98로 장을 마쳤다./사진제공=한국거래소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1.15포인트(2.56%) 하락한 1946.98로 장을 마쳤다./사진제공=한국거래소


코스피 지수가 1950선 이하로 무너졌다. 코스닥 지수는 장중 6% 이상 급락해 2016년 6월 24일 이후 3년 2개월만에 매도호가 정지를 위해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51.15포인트(2.56%) 내린 1946.98에 거래를 마쳤다. 2016년 6월 28일 1936.22로 장을 마친 이후 1134일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45.91포인트(7.46%) 하락한 569.79까지 낙폭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은 17.3원 오른 1215.3원에 마감했다.



이날 증권시장에는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광범위하게 번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PBR(주가순자산비율) 0.83배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당시 기록했던 PBR(주가순자산비율) 0.85배를 하회하는 수치다.

코스피, 코스닥 모두 장중 낙폭이 커지자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순매수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4415억원, 3143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7344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중 70.8%인 5203억원을 연기금이 순매수했다.



증시 하락의 주요 원인은 미중 무역분쟁 심화,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등 대외 악재가 불거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일 무역갈등이 수출기업의 생산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심리적 공황상태에서 나타나는 투매로 보인다"며 "지난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결정된 이후 투심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이 부족했고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기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일 무역갈등 이슈에서 미국이 적극적 개입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물러설 의지가 없는데 문제는 국내 경제나 경기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탈)이 강하면 대외 불확실성에도 증시가 버텨낼 수 있는데 미중 무역분쟁, 한일 무역갈등이 점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매크로 지표들은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11년전 밸류로 돌아간 증시…코스피, 3년2개월 저점
◇사이드카 발동한 코스닥…시가총액 상위 제약·바이오 급락

코스닥 지수는 7% 넘게 급락, 560선까지 무너졌다. 하루 낙폭으로는 2007년 8월 이후, 등락률 기존으로는 2011년 9월 이후 최대다. 지수 하락의 뇌관은 역시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제약·바이오였다.

지수 낙폭은 2007년 8월 16일(77.85포인트) 이후 약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등락률 기준으로는 2011년 9월 26일(8.28%) 이후 최고였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372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102억원과 23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를 급락시킨 것은 제약·바이오주였다. 코스닥 제약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17.71포인트(10.25%) 하락한 6281.28을 기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헬릭스미스, 메디톡스, 신라젠 등 시가총액 상위에 위치한 제약·바이오 종목이 급락했다.

이는 코스닥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줬다. 지수 하락에 따른 ETF 환매가 제약·바이오 주가를 더 끌어내리고, 이는 코스닥 지수에 다시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닥시장 수급의 주류는 4조원 상당 규모의 코스닥 150 ETF로 해당 상품 내 바이오·헬스케어 시가총액 비중이 40%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위안화/달러 환율 7위안 돌파…"대외변수 악재 실마리 찾아야"

이 날 증시 하락에는 환율 변동성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장중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0.33% 절하하는 고시를 단행하자 위안화/달러 환율이 7위안을 상회하며 원화약세에 불을 붙였다. 원화는 위안화와 연동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원화 절하폭이 확대될 우려가 커지자 외국인이 매도 물량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위안화 약세에 연동하며 1218.3원까지 상승하며 연고점을 재차 경신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이에 "이유없는 비정상적 급등으로, 시장원리에 의한 상승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공포감은 이날 심리적 저항선을 상향 돌파한 위안화 환율에 나타나 있다"며 "국내 증시 역시 대외변수로 인한 불안감이 번지며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2008년 10월 말 당시인 0.85배를 하향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7일 발표되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EM(신흥시장)지수 리뷰도 외인 매도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선 이달 27일(현지시간) 적용되는 MSCI EM지수 리밸런싱에서 중국 A주, 사우디와 아르헨티나의 편입 영향으로 신흥시장 지수내에서 한국과 대만, 인도 등 여타 국가 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에 과도하게 퍼진 불안심리가 가라앉을 실마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등 요인이 될 수 있는 변수로는 오는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추가 금리인하 결정, 미중 무역분쟁이나 한일 무역갈등의 완화 분위기 조성 등이 꼽힌다.

김영환 KB증권 선임연구원은 "한일 무역갈등에는 일본의 추가 규제 여부와 신용등급 영향, 실제 생산차질 발생 우려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미중 무역분쟁 역시 중국의 대응에 따라 리스크가 증대될 우려가 있어 국내 증시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시장추정치가 145조3000억원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코스피지수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의 0.8배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코스피 수준은 심리적·수급적 요인으로 인한 과매도가 주요 원인으로 지난 2011년 이래 박스피 장세 중심선인 1900포인트 언저리에서 진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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