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까지 가세한 '4중고'…답답한 철강의 여름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9.08.0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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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파업권 확보, 포스코 첫 임단협…원자재, 전방산업, 고로 이슈에 부담 추가

노조까지 가세한 '4중고'…답답한 철강의 여름


철강업계에도 하투(夏鬪) 분위기가 흐른다. 포스코 (421,000원 ▼7,000 -1.64%)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현대제철 (31,800원 ▼800 -2.45%)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했다. 철광석 가격 상승과 전방산업 부진, 조업정지 등 3중고가 겹친 포스코, 현대제철에 고민거리가 늘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확보한 파업권을 바탕으로 사측과 임금협상을 준비 중이다.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과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지회는 지난달 31일 재적 조합원 대비 70.1%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과반 이상 지지를 얻은 노조는 앞서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 결정도 받은 만큼 합법적 파업 권리를 얻은 상태다.



6월부터 진행된 올해 임단협 교섭에 사측이 4차례 불참해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는 것이 노조 입장이다. 실제 파업에 돌입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상력 제고를 위해 일단 파업권을 확보하는 것이 수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섭이 난항을 겪어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현대제철로서는 부담이 커진다. 현대제철 노조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5개 지회를 통합해 교섭에 나선 때문이다. 하나로 뭉친 5개 지회 조합원은 8000명에 육박해 파업은 사업장 운영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창립 이후 50여년간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해온 포스코도 올해 첫 임단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포스코지회가 공식 출범한 데 이어 기존 기업노조가 한국노총 소속으로 확대 출범했다. 교섭권은 한국노총 노조가 획득했다.


노조는 기본급 7.2% 인상과 임금피크제 폐지, 근무시간 변경 등을 요구안으로 내세웠다. 특히 임금은 지난해 기본급 인상률(2.9%)을 크게 웃돈다. 임금피크제 폐지도 노사 입장이 엇갈린다. 포스코는 현재 만 57~59세는 기존 임금의 90%, 만 59~60세는 80%를 지급하고 있다. 노조는 정년인 60세까지 임금 100%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갈등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전방산업 부진으로 고전하는 양사에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철광석 가격이 5년 만에 톤당 100달러를 넘어섰지만 자동차, 조선업 업황 부진으로 철강 제품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두 자릿수 감소했다. 수익성 둔화는 올해 노조의 임금 인상 압박이 업계에 더욱 부담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조업정지 문제도 여전히 부담이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충청남도의 조업정지 10일 조치와 관련, 현대제철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한 숨 돌렸다. 하지만 조업정지 취소 심판까지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

포스코도 경상북도의 조업중단 결정과 관련, 이달 중 열리는 청문회에서 적극 해명할 계획이다. 조업정지 사태 해결을 위해 구성된 '민관협의체'도 곧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A철강사 관계자는 "철강업계에 지금도 문제가 많은데 노사 갈등의 골까지 깊어지면 더 어려운 상황과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노사 양측이 합리적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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