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금 'K-바이오'에 필요한 것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19.08.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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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에 이어 신라젠 (4,445원 ▼65 -1.44%)의 펙사벡 간암 임상 3상이 실패하면서 바이오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일각에서는 국내 바이오 업계의 신약 개발 능력을 의심하며 ‘바이오 거품론’ ‘바이오 사기론’까지 제기한다.

신라젠은 지난 4일 긴급 간담회에서 “복잡한 미로를 걷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말은 신약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후보물질 확보부터 출시까지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 성공률도 58.1%에 그친다. 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에서도 절반가량은 실패한다는 얘기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등 허가 당국으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고, 최종 허가를 획득하는 과정도 만만찮다. 신라젠은 DMC(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로부터 ‘펙사벡’ 간암 임상 3상 중단 권고를 받기 전까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었다. FDA의 지시대로 무용성 평가를 진행했고, 중단 권고를 받고 하루가 지나서야 구체적인 데이터를 받을 수 있었다.

신약 개발은 이처럼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월등히 높다. 규모도 작고, 경험도 적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국내 업체가 넘어질 가능성이 큰 것은 당연하다. 임상에 실패했다고 그 회사를, 나아가 바이오 업계 전체를 사기꾼으로 몰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바이오 업계가 신약 개발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날 간담회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간담회에서 한 주주는 “간암으로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치료제 부작용으로 괴로워하셨지만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며 “이 때문에 펙사벡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고 했다.

환자들과 가족들은 새로운 약을 기다리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도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좋은 약을 내놓기까지 무수히 많은 미로에서 헤맸다. 지금은 국내 바이오 업계가 이 미로 풀기에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할 때다.
[기자수첩]지금 'K-바이오'에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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