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이 영국의 마지막 총리? 분열하는 연합왕국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8.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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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독립당 득세, 북아일랜드도 국경문제 갈등…"EU잔류 위해 英독립 선택할 수 있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가 협상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면서 영국의 연합왕국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EU 잔류를 희망하는 연합국들이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면서 독립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CNN은 "존슨 총리가 영국의 마지막 총리가 될 수 있다"면서 "그는 영국연합을 사랑한다고 밝혀왔지만 불행하게도 짝사랑이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 아일랜드, 웨일스 4개 지역으로 구성된 연합왕국으로, 각 지역은 다른 행정구역으로 구분되며 의회도 갖추는 등 자치권을 갖고 있다.



CNN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선출 직후 스코틀랜드, 북 아일랜드, 웨일스를 방문했지만 곳곳에서 그를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스코틀랜드에서는 EU 잔류 및 독립지지자들이 시위에 나섰다. 앞서 스코틀랜드는 지난 201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투표를 추진했지만 찬성 45%대 반대 55%로 무산됐다.



그러나 최근 존슨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를 추진하면서 독립파가 지지기반을 넓히는 상황이다. 맨체스터대학의 롭 포드 정치학 교수는 "(스코틀랜드에서) 독립반대파는 브렉시트 찬성파"라면서 "(반대로) 스코틀랜드 독립당이 EU잔류당이 되면서 (지지기반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스코틀랜드에서 EU잔류파는 62%에 달하는데 이들이 잔류를 위해 독립을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아일랜드에서도 브렉시트와 국경 재설립에 반대하는 이들이 존슨 반대 시위에 나섰다. 북아일랜드는 남부의 아일랜드를 따라 독립하자는 독립파와 영국 잔류파 사이 분쟁으로 30년 간 3600여명이 숨진 역사가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가 1998년 양국 간 국경을 없애기로 합의하면서 갈등도 점차 줄었지만, 노딜 브렉시트로 국경이 다시 생기면 갈등도 재점화한다는 우려가 크다. EU와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백스톱'(국경 재설립 방지) 조항이 가장 화두가 됐던 이유이다.

그러나 존슨 내각이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면서 영연방 독립도 거론되고 있다. 북아일랜드의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은 지난주 "노딜 브렉시트 때 (영국 연방을 탈퇴해) 아일랜드와 통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일랜드에서 EU잔류파는 56%에 달하며, 과거 영국독립파와 영국잔류파로 크게 갈렸던 여론은 최근 중도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 EU잔류 및 국경 재설립을 방지하기 위해 독립을 지지할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존슨 총리는 그동안 브렉시트와 잉글랜드를 지지해 온 웨일스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마크 드레이크필드 웨일스 자치정부 제1장관은 "존슨의 (브렉시트) 계획은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가 진행되면 주로 EU 수출을 생계로 삼은 웨일스의 농가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지난 1일 치러진 웨일스 보궐선거에서도 존슨의 보수당은 야당인 자유민주당에게 패배했다.

포드 교수는 "향후 역사가들이 노딜 브렉시트를 영국연방을 붕괴시킨 사건으로 평가할 것"이라면서 "브렉시트의 가장 열렬한 지지층들은 잉글랜드인들로, 이들은 (연방이) 브렉시트에 방해가 된다면 독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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