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모르는 추락…코스닥 600선 지킬까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8.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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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융자·공매도 부담…바이오 악재, 대외 불확실성으로 하락요인↑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


코스닥 지수가 최근 3년 중 최저점에 근접했지만 '바닥' 밑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과도한 신용융자와 공매도 물량 등 수급 부담은 여전히 높은데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바이오 펀더멘털(기초체력) 악화 등 악재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닥 지수는 9.74% 하락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의 증가로 같은 기간 코스피 역시 5.14% 떨어졌으나 코스닥은 이보다 2배 가까이 하락폭이 컸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한 지난 2일에는 전일 대비 1.05% 하락한 615.7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607.01까지 떨어져 60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2017년 3월30일 614.68을 기록한 이후 2년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지금이 바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지수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수급 부담 △대외 정치적 이슈 △바이오 펀더멘털 악화 등을 꼽는다.

수급에서는 신용융자와 대차잔고, 공매도 잔고가 모두 최고치에 올라온 상태다.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1일 기준 5조원으로 '대폭락장'이었던 지난해 10월과 유사한 규모다. 올해 신용융자 잔액이 가장 많았던 5조8860억원(4월26일)보다는 상당히 줄었지만 여전히 부담스런 수준이다.

신용융자는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이다. 상승장일때는 레버리지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하락장일때는 추가 하락을 부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담보가치(주식)가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담보로 잡은 주식을 자동으로 매매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신용융자 잔고"라며 "금액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에 비해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잔고 비율은 약 2.4%로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대차잔고(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 역시 지난 2일 기준 13억300만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대차 주식은 언제든 공매도에 사용될 수 있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코스닥 공매도 잔고는 지난달 26일 2억7751만주로 올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공매도는 빌린 주식을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 차익을 남기는 투자법으로, 공매도 잔고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주가 하락도 악재다. 지난 2일 신라젠 (5,150원 0.00%)은 개발 중인 간암치료제 '펙사벡'이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임상 중단 권고를 받았다고 밝혔고, 이날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조원이 날아가며 코스닥 3위(3조1654억원)에서 6위(2조2813억원)로 추락했다.

코오롱티슈진 (13,500원 ▲100 +0.75%)코오롱생명과학 (22,900원 0.00%)은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허가 취소로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고, 에이치엘비는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이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락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도 장기화할 조짐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국내 업체들은 반도체, 2차 전지 등 첨단소재 수입에 차질을 빚을 거란 전망이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3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예고하며 무역분쟁을 지속했다.

거듭된 악재로 주요 수급 주체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도 코스닥에 등을 돌렸다.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1158억원, 기관은 4335억원 어치를 각각 순매도 했다.

바닥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당분간 코스닥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급락을 유발한 다양한 원인들이 일부라도 해소되지 않는 한 일단은 유보적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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