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분노의 라이브'…"적반하장 日에 다시는 지지 않는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9.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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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지난 한달간 우리 성의에 日 '백색국가 제외'…사실상 '경제왜란' 판단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긴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日, 백색국가 배제…대단히 무모한 결정이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또, "도전에 굴복하면 역사는 또 다시 반복된다"며, "국민의 위대한 힘을 믿고 정부가 앞장서겠다. 도전을 이겨낸 승리의 역사를 국민과 함께 또 한 번 만들겠다"고 밝혔다. 2019.08.02.     photo1006@newsis.com【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긴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日, 백색국가 배제…대단히 무모한 결정이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또, "도전에 굴복하면 역사는 또 다시 반복된다"며, "국민의 위대한 힘을 믿고 정부가 앞장서겠다. 도전을 이겨낸 승리의 역사를 국민과 함께 또 한 번 만들겠다"고 밝혔다. 2019.08.02. [email protected]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수출 심사 우대 대상) 제외' 조치 직후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당초 '극일(克日)'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관측돼 왔지만 예상보다 강한 수위였다.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언급에는 노기(怒氣)가 서려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같은 '분노의 메시지'는 생방송으로 전달됐다. 문재인 정부들어 국무회의 생방송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대국민 메시지의 성격이었던 셈이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가감없이 국민들에게 전달돼야 할 정도로 중요한 시점이라고 청와대는 판단했다.

지난달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약 한 달 동안 우리 정부가 취해온 외교적 노력에 대한 답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분노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외면하고 상황을 악화시켜온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두 명의 고위급 인사를 일본에 파견해 외교적 해결을 모색했으나, 일본 측이 별다른 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특사를 파견하는 성의를 보였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이다. 미국의 현상동결합의(standstill agreement) 제안에도 우리 정부는 응답했으나 일본 측은 답을 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한일 양국의 수출통제 제도의 국제기구 검증 제안, 산자부-경산성 담당 국장 간 협의 요청,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의 수석대표 간 1:1의 회의 대화 제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담 제안 등에 일본은 모두 'NO'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향해 "문제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거부하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도 "우리의 지속적인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백색국가에서 우리를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우리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일본이 '경제 전쟁', 즉 '경제왜란'을 일으켰다는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승리의 역사를 만들겠다"도 '승리'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현 상황을 '밀리면 패배하는' 경제 전쟁 국면으로 인식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도전에 굴복하면 역사는 또 다시 반복된다"며 "지금의 도전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승산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문 대통령은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국민의 민주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경제도 비할 바 없이 성장하였다"며 "어떠한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제 여론이 일본의 편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의 중재를 거부했고 △국제법의 대원칙을 위반했으며 △자유무역질서를 스스로 부정했고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과거의) 상처를 헤집는다면,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을 줬다.

외교적 해결이라는 출구는 열어뒀다. 어쨌든 양국 간 경제전쟁 양상으로 간다면 우리 기업과 국민들이 피해를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이 이날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결정했지만, 시행은 28일인 만큼 협상의 여지는 남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지금도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을 원치 않는다"며 "멈출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일본 정부가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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