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칼 샅바 놓치나…백기사 델타항공 세 불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9.08.0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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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항공, 7월말까지 지분 5% 넘게 매입. KCGI 한진칼 투자손실 이슈화

한진칼 (55,700원 ▼1,700 -2.96%) 경영권을 공격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최근 수세에 몰리고 있다. 한진 (20,850원 ▼450 -2.11%)그룹과의 지분 싸움에서는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워졌고, 최근 증시급락으로 한진칼 주가가 하락하면서 투자손실이 큰 이슈가 됐다.



반대로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등장한 미국 델타항공은 상대적으로 편하게 지분을 사모으며 KCGI를 압박하고 있다. 투자 여력은 충분하고 항공부문 시너지도 가능하기 때문에 '델타+한진' 진영의 여건이 무척 유리하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7월말 현재 KCGI는 다수의 사모 투자회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15.98%(945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일부는 매입가 대비 주가가 하락해 상당한 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KCGI가 거느리고 있는 사모 투자회사들은 한진칼 주식매수 시점이 모두 다른데 이 가운데 가장 늦게 투입된 곳이 디니즈홀딩스와 캐롤라인홀딩스다.

우선 3월부터 4월까지 지분을 매입한 디니즈홀딩스는 54만9810주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디니즈홀딩스의 매입단가다. 총 매입액은 148억원 가량인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해 보면 평균단가가 2만7092원으로 나온다.

현재(8월1일, 2만6800원)는 1% 가량 평가손실이 발생한 정도지만, 7월31일 장중 저점을 기준으로 하면 10% 넘는 손실이 나기도 했다. 이어 4월 투입된 캐롤라인 홀딩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보유주식 21만6107주의 평균단가가 3만7933원으로 29% 손실이 나 있다.


사모 투자회사 가운데 가장 단가가 낮은 것은 선봉을 맡았던 그레이스홀딩스다. 그러나 그레이스홀딩스의 단가도 간단치 않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주식을 매입했는데 평균 2만5000원 안팎이다.

이를 종합한 KCGI의 평균 매수단가는 대략 3만원 정도라는 것이 증권가의 추산이다. 문제는 KCGI의 매입단가가 갈수록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KCGI는 초기 펀딩자금과 함께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해 한진칼 주식을 사들였다. 보유주식 945만주 가운데 1/3 가량인 326만여주가 주식담보로 잡혀있다.

개인 투자자 주식 신용거래처럼 KCGI도 레버리지를 활용했는데 여기에도 이자가 붙는다. 정확한 이자율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통상 금융권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은 연간 4~8% 수준이다.

더구나 이 대출은 6개월, 1년 단위로 만기가 돌아오고 담보비율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주가가 추가로 급락하면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다. KCGI 입장에서는 추가로 주식을 매입해 지분경쟁에 뛰어들기도, 전선에서 발을 빼기도 애매한 국면이 닥친 것이다.

한진그룹도 편한 상황은 아니지만 여건은 낫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한 조원태 회장 등 오너일가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가 있으나 처리가 늦어진다고 해도 상속비용이 급증하지는 않는다.

아울러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등장한 델타항공은 약속대로 꾸준히 지분을 늘리는 중이다. 1일 델타항공은 장내지분 추가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5.13%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보유주식 303만8000주 중 최근 매입단가는 2만6100원으로 KCGI보다 낮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한진칼 지분의 사용가치다. 델타항공은 지분보유를 통해 대한항공 등 한진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제휴를 얻어낼 수 있다.

이처럼 손익계산에 반영할 수 있는 플러스 알파(α) 요인이 있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해도 부담이 없다. KCGI처럼 담보대출 이자를 낸다거나 투자자금을 회수해야 할 기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최근 강성부 KCGI 대표가 조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에게 직접 만나 한진그룹의 경영전략과 지배구조 등을 논의하자고 공개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KCGI 입장에선 한진칼 주가하락으로 인한 부담이 무척 클 수 밖에 없다"며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손실이 불거지고, 반대로 오르면 지분 경쟁에 투입해야 할 자금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영권 공략과 함께 재무적 투자자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KCGI가 조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인정하되 기업가치 개선을 이루는 방향으로 공세를 완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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