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현대모비스,日 뛰어넘은 '신소재' 개발 …日물량 전량 대체

머니투데이 용인(경기)=김남이 기자 2019.08.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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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도 포기한 안개 문제 해결 '헤드램프' 신소재 개발…中 희토류 독점에 대비한 신소재 개발도

7월 25일 경기 용인시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에서 김종수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이 최근 개발한 '헤드램프' 신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7월 25일 경기 용인시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에서 김종수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이 최근 개발한 '헤드램프' 신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소재 부문에서 일을 냈다. 지난해 국내 업체 이니츠와 함께 ‘안개가 끼지 않는 램프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유럽 기업들도 개발에 고개를 저었던 일이다.

현대모비스는 신소재 개발을 통해 일본에서 수입하던 물량을 전량 국산으로 대체했다. 바로 양산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이 사례는 한국 소재·부품 기술이 충분히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MT리포트]현대모비스,日 뛰어넘은 '신소재' 개발 …日물량 전량 대체
◇세계 최초로 ‘헤드램프 안개’ 해결…日 기업, 개발 포기=
지난달 25일 경기 용인시 현대모비스 (234,500원 ▼500 -0.21%) 기술연구소에서 신소재 개발에 참여한 섀시·의장분석팀의 김종수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헤드램프 모듈 모형을 앞에 두고 개발과정을 설명하는 김 연구원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기존 헤드램프에는 '안개(haze)'' 문제가 있다. 헤드램프 내부는 온도가 200도 이상 올라가는데, 장시간 고온이 지속되면 헤드램프 모듈에 사용된 플라스틱(PPS·폴리페닐렌 설파이드)에서 가스가 나와 램프 유리에 뿌옇게 착색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오래된 차량의 램프 내부가 뿌옇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램프 안개 문제는 미관상 좋지 않고, 배광성능을 떨어뜨려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온도가 높아지는 부분을 깎아 대응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헤드램프의 안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소재 개발은 만만치 않았다. 개발 기간을 1년으로 예상했지만 6개월이 더 걸렸다. 김 연구원은 "안개라는 불순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PPS에서 관련 성분을 빼면 된다"며 "하지만 기본 성분을 뺄 경우 성형이나 강도 등 양산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일본 업체도 참여했지만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최종적으로 SK케미칼 자회사인 이니츠가 성공했다. 기존 소재에서 안개가 40% 발생하던 조건에서 신소재는 전혀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 연구원은 "신소재 개발 후 헤드램프에 쓰이는 일본산 PPS를 모두 울산에서 생산되는 국산 제품으로 바꿨다"며 "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유럽 자동차 회사에서 문의가 많이 왔고 조만간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국산화에 성공한 헤드램프 모듈 소재의 모습. 헤드램프 안개 문제를 해결한 세계 최초의 신소재다./사진제공=현대모비스현대모비스가 국산화에 성공한 헤드램프 모듈 소재의 모습. 헤드램프 안개 문제를 해결한 세계 최초의 신소재다./사진제공=현대모비스
◇日 수입 소재 속속 국산화…中 희토류 대체 기술도 개발=
신소재 개발은 현대모비스의 주력 연구 목표 중 하나다. 성능개선, 경량화와 친환경 부품 개발을 위해 △금속 △고분자 △기능재료 분야의 신소재(신공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소재 업체를 물색해 과제와 목표를 제시하고 업체가 조건에 맞는 소재를 개발한다. 현대모비스는 소재가 제대로 개발됐는지 검증하고, 양산한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헤드램프 내부 소재 △리어램프 하우징(구조물을 고정해주는 뼈대) 소재 △커튼 에어백 전개 가이드용 소재 등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던 소재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또 희토류를 구리 소재로 대체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 소재의 가격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김 연구원은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선 90% 이상 국산화가 됐다"며 "특허가 광범위해 회피가 어려운 일부 소재가 국산화 과제로 남아 있지만 (일본의 보복으로) 수급에 문제가 발생해도 충분히 대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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