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노쇼"에 사과 없는 유벤투스, 이유가 있다는데…쟁점 '셋'

머니투데이 이호길 인턴기자 2019.08.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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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 프로축구연맹 항의에 반박…"K리그가 26일에 경기 요청"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있다./사진=뉴스1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있다./사진=뉴스1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의 '노쇼'(No Show)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벤투스가 K리그의 항의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일(한국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아 아넬리 유벤투스 회장은 서한을 통해 "팬들을 무시하는 무책임하고 오만한 행동이라는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의 항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유벤투스의 그 누구도 K리그, 대한축구협회,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오명을 안기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프로축구연맹이 지난달 29일 공문을 통해 호날두의 결장과 관련한 항의를 유벤투스에 전달한데 대한 답변이다. 프로축구연맹은 호날두가 "경기에 45분 이상 출전한다"는 조항과 달리 경기에 나서지 않았고 팬 사인회에도 불참하는 등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넬리 회장의 서한을 통해 유벤투스가 왜 사과하지 않는지 이유를 정리했다.



◇호날두 결장…K리그 "계약에 의무 출전 조항" vs 유벤투스 "근육 피로"
연맹은 호날두의 출전이 계약 내용에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다. 김진형 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을 통해 "(주최사인) 더페스타와 유벤투스 간 계약서에 (호날두 45분 출전 조항이) 들어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호날두가 경기에 의무적으로 뛰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부상이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는 결장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유벤투스 측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

아넬리 회장은 호날두가 근육 피로 때문에 결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날두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경기에 출전했다"며 "호날두가 중국 난징에서 경기한 뒤 48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팀 의료진에 따르면 호날두는 근육 피로 때문에 쉬어야 했다"고 항변했다.
한국에서 '노쇼' 논란을 일으킨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스포츠 신문 '마르카(Marca)'가 수여하는 '평생공로상'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시스한국에서 '노쇼' 논란을 일으킨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스포츠 신문 '마르카(Marca)'가 수여하는 '평생공로상'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경기 날짜…K리그 "26일 문제 없다고 했다" vs 유벤투스 "27일 원했으나 K리그 요청으로 26일 개최"
K리그 올스타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는 지난달 26일 열렸다. 사전에 문제가 감지된 점도 있었다. 유벤투스의 일정이 너무 빡빡했기 때문이다.


유벤투스 측은 지난달 24일 중국 난징에서 인터밀란과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경기를 치렀고, K리그 팀과 경기 당일인 26일 한국에 들어왔다. 입국한 당일 바로 경기를 소화하는 일정이 물리적으로 힘들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연맹은 유벤투스가 이날 친선경기를 치르는 데 지장이 없다고 했다는 입장이다. 연맹의 김 홍보팀장은 "아무래도 26일 개최가 무리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도 "하지만 유벤투스 관계자가 전세기 이야기를 하면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계속 이야기했다. 우리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벤투스는 K리그의 요청에 따라 경기 일정을 지난달 26일로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아넬리 회장은 "원래 K리그와 유벤투스 경기가 27일로 돼 있었지만, K리그 요청에 26일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아 아넬리 유벤투스 회장./사진=뉴시스안드레아 아넬리 유벤투스 회장./사진=뉴시스


◇킥오프 지연…K리그 "위약금 청구" vs 유벤투스 "교통체증"
양팀의 경기가 한 시간 가까이 늦춰진 것도 문제였다. 원래 킥오프 시간은 오후 8시였지만 유벤투스 선수단이 오후 8시7분에 경기장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전광판을 통해 경기가 30분 지연된다는 사실이 발표됐고 결국 경기는 오후 8시57분에 시작됐다.

연맹은 이에 대한 위약금을 더페스타에 청구할 예정이다. 위약금은 호날두의 결장과 사인회 불참, 킥오프 시간 지연 등이 포함된 액수로 알려졌다. 연맹은 1시간이나 지체된 경기 시간에 대해 "계약 이행에 대한 강제성 부여를 위해 계약서에 첨부했다"고 설명했다.

유벤투스는 경기장에 늦게 도착한 점을 공항 입국 과정에서의 시간 지체와 심한 교통난 탓으로 돌렸다.



아넬리 회장은 "우리는 호텔에 오후 4시30분에 도착했다. 휴식을 취하거나 경기를 대비하는 활동을 할 시간이 없었다. 유벤투스 버스에 경찰 에스코트가 없었다. 교통체증이 매우 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호날두는 지난달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와의 친선 경기를 위해 내한했지만 벤치만 지켰다. 사전에 예정된 팬 미팅과 사인회 일정도 돌연 취소하고 팬들을 향한 사과도 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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