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인도에 가면 위험하지 않나요?"

머니투데이 김진아 유니콘인큐베이터 대표 2019.08.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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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창업 전쟁터에서 승리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인기자/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인기자


얼마 전 인도 진출을 준비중인 어느 스타트업의 여자 임원으로부터 인도 현지 방문을 앞두고 “제가 혼자 가도 위험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인도와 관련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은 "여자 혼자 다니면 위험하니 조심하라", "사기꾼이 많으니 절대 인도 사람을 믿지 말라", "종교를 밝히지 말라" 등 부정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사업을 위해 인도를 오간 지 7년여가 되어가는 필자도 지금은 그런 말을 들으면 그저 웃고 넘어가지만 사업 초기에는 선입견 때문에 사업상 만난 사람들과 친해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인도에 가서 직접 경험해 본 뒤에야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는 자극적인 기사, 주변을 통해 전해듣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인도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인도는 주마다 종족이 다르다. 자연스럽게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사업적으로 해석하자면 시장이 전혀 다르다고 이해하면 된다. 인도라는 이름의 국가이지만 시장으로는 EU와 같은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훨씬 적합하다. 당연히 사람들의 정서와 성향, 태도도 주별로 차이가 난다.



예컨대 뭄바이(마하슈트라 주)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우는 뱅갈루루(카르나타카 주)와 비행기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서울과 부산 정도의 거리다. 두 도시 모두 해외 기업들이 많이 밀집해 있는 주도이지만 공항에 내려서부터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외국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온도차가 크고, 도시 내에 유행하는 문화 등에 동질성을 찾기 어렵다.

또한 인도는 중동과 아주 친밀도가 높다. 많은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에서 일하는 인도 사람들의 숫자도 적지 않지만 중동 또한 인도 사람들이 많이 이주해 거주하는 지역으로 우리가 흔히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대립을 떠오르지만 현실 세계에서, 특히 사업의 영역에서 그러한 종교적 대립을 경험할 일은 드물다.

그리고 여성의 위치도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만나게 될 비즈니스 영역에서 결코 낮지 않다. 예컨대 필자가 운영하는 유니콘인큐베이터와 공동으로 인도 진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뱅갈루루의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더게인(The Gain)의 푸니마 쉐노이(Poornima Shenoy) 대표는 연쇄 창업가이면서 수많은 인도 스타트업을 길러내고 있는 뱅갈루루 스타트업 생태계의 대모다.


또한 2018년 8월에 부임한 스리프리야 랑가나단(Sripriya Ranganathan) 주한 인도대사도 여성이다. 2018년 6개의 유니콘을 포함해 총 16개의 유니콘 스타트업이 배출된 인도에는 27세의 여성 CEO 안키티 보스(Ankiti Bose)가 이끄는 패션 전문 이커머스 스타트업 질링고(Zilingo)가 속해 있고, 펩시를 업계 1위로 만들고 은퇴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지도자 인드라 누이(Indra Nooyi)는 인도 최고의 경영대학교 IIM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인도 토박이다.

워낙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로 구성된 10억명 규모의 인구, 외국자본에 개방적이면서, 연 5% 이상 성장하는 인도 시장은 전 세계 투자 매력도 1위의 국가다. 최근 2년동안 1만6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배출한 창업국가 인도에 진출해 성공을 꿈꾸는 한국의 스타트업이 반드시 거쳐야 할 첫 걸음은 다름 아닌 인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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