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가상화폐사이트 '빗썸' 인수 추진 무산 미스테리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7.3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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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철회' 투자자 울린 두올산업,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대규모 공시번복으로 높은 벌점 부과 가능성…상폐 심사 갈까 촉각

서울 중구 무교동 빗썸 거래소. /사진=이기범 기자서울 중구 무교동 빗썸 거래소. /사진=이기범 기자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 계획을 철회한 두올산업 (846원 ▼2 -0.24%)이 불성실 공시로 상장폐지 심사까지 받을 가능성이 나온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주요 결정을 다수 번복 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을 키웠기 때문이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30일 두올산업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예고했다. 두올산업은 지난 29일 SG BK그룹 지분인수 계획을 철회한데 이어 △유상증자(제3자 배정) 결정 철회 3건 △전환사채권(CB) 발행 결정 철회 5건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 발행결정 철회 8건 등 총 17건의 공시를 번복했다.



이 같은 대규모 공시 번복은 흔치 않은 사례다. 앞서 두올산업은 지난 9일 SG BK그룹 지분 57.41%를 2357억원에 매입한다고 밝혔고, 자금조달을 위해 209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을 공시했다.

하지만 SG BK그룹 인수 계획이 틀어지면서 이와 관련한 자금조달 계획도 모두 취소된 것이다. 두올산업은 "주요 계약 위반사항이 발견돼 시정을 요구했으나 계약 상대방(SG BK그룹)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해당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상대 측 잘못으로 인한 계약해지라는 설명에도 공시 번복으로 인한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공시규정에 따르면 공시 번복 등 불성실 공시가 발생한 경우 코스닥시장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벌점 부과, 공시위반 제재금 등의 처분이 내려진다.

최근 1년간 벌점이 15점 이상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두올산업은 최근 벌점이 없지만 중요한 공시를 대량으로 번복했기 때문에 높은 벌점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벌점은 사안의 중대성과 정상참작 여부 등을 따져 가감되는데, 파인넥스의 경우 단 한 건의 전환사채 발행취소 공시로 벌점 10점과 제재금 4000만원이 부과된 적도 있다.

이번 공시 번복은 시장에 큰 혼란을 안겼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두올산업이 지분을 매입하려 했던 SG BK그룹은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업체다. BK컨소시엄을 통해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최대주주인 비티씨홀딩컴퍼니 인수를 추진 중인데,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두올산업의 투자를 받은 것이다.


두올산업이 빗썸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는 급등했다. 1000원대였던 주가는 대규모 자금조달 공시가 나온 지난 8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쳤고 지난 11일에는 장 중 최고 2485원까지 올랐다. 3일 만에 주가가 2배 이상 뛴 것이다.

최대 가상화폐사이트 '빗썸' 인수 추진 무산 미스테리
하지만 인수 취소 공시가 나간 다음 날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그 다음 날인 31일 현재도 약 23% 하락한 920원에 거래 중이다. 빗썸 인수 기대감에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8일부터 29일까지 3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주가 급락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초에 빗썸 인수가 불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두올산업은 자동차 카페트를 생산하는 업체로 암호화폐 사업과는 큰 관련이 없다. 자본금 262억원, 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기준 434억원, 24억원 정도인 회사가 2099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시장가치 1조원으로 평가받는 빗썸을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빗썸 측에서도 "두올산업과 SG BK그룹이 재무적 투자를 원한다는 제안을 한 것은 사실이나 현재 체결된 계약은 전혀 없다"고 부인해 인수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두올산업은 이전에도 사업다각화를 위해 반도체 유통업체 제이테크놀로지를 220억원에 인수했다 한 달 만에 매각한 적이 있다. 지난해에는 바이오 사업을 추진한다며 줄기세포 연구업체 에이템스 지분 15%를 인수하기도 했다.

빗썸 관련 공시 전후로 두올산업 최대주주나 주요 임원의 지분 변동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나 주가조작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시 번복만 갖고는 고의성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며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상시 모니터링을 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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