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호르무즈 파병 청구서에 '청해부대' 카드 준비(종합)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김하늬 기자, 김성휘 기자 2019.07.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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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해외파병]도움받은 나라서 도움주는 국가로..파병 역사

美 호르무즈 청구서에 韓 해외파병 '동청아한' 주목

①호르무즈 파병 가능성 높아진 이유

대한민국 해외파병 통계/그래픽=머니투데이대한민국 해외파병 통계/그래픽=머니투데이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있다. 페르시아만에서 아라비아해로 나가는 관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하는 원유가 이곳을 거쳐 세계로 수출된다. 세계 원유 해상수송량의 약 1/3이 흐른다. 이곳이 막히면 국제유가는 요동친다. 때문에 ‘호르무즈 봉쇄’는 이란이 서방국과 대치할 때마다 꺼내 온 위협 카드였다.



이번엔 심상치 않다. 호르무즈 해협 호위를 위한 다국적 연합체에 대한민국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동맹의 징표를 요구하고, 한국 외교는 사방에서 닥쳐오는 안보 현안 대응을 위해 한미동맹의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인근 아덴만에서 작전중인 청해부대 파견이 유력하다.

호르무즈 파병이 한국 정부 테이블까지 오른 건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부터다. 뒤이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강화에 이란은 이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잇단 사건으로 급격히 고조됐다.



지난달 13일 오만해에서 일본 유조선 고쿠카 커레이저스호가 공격 당했다. 당시 미 해군은 이 공격에 사용된 폭탄이 이란군의 기뢰와 매우 유사하다며 '이란 연계설'을 주장했다. 이란은 강하게 부인했다. 한달여 뒤, 지난 19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불법 항행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유조선을 억류했다. 미국과 이란은 서로 상대방 드론을 격추하기도 했다.

미국 vs 이란 갈등, 일촉즉발 호르무즈 = 이처럼 이란이 강경하게 나오면서 국제사회를 결집하려는 미국의 명분을 세워줬다. 미 국무부는 지난 19일 워싱턴DC에서 한국 등 약 60여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호르무즈 해협 연합체 구성 설명회를 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설명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하는 국제항로에서 유조선들의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요청”이었다고 말했다. 또 “정부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부처 간 가능한 방안을 놓고 검토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 했다.

미국과의 대이란 ‘공동전선’ 구축에 대한 한미간 교감이 그 이전부터 있었다는 추정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유조선 피격 후인 지난달 30일 청와대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정상은 유조선 피격 사태 등 중동지역 문제에 공감했다”며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해 앞으로도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고 했다.


지난 24일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 메시지에도 호르무즈가 있었다. 볼턴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고위 당국자들과 연쇄 회동했다. 청와대는 정 실장과 볼턴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해상 안보와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북한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25일 정의용 실장 주재로 열린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는 "최근 중동정세에 대해 논의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 민간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 방안의 하나가 바로 파병으로 여겨진다.

해적소탕 일가견 청해부대 즉파 가능 = 30일 현재 세계 전역에는 부대 기준 4개, 각종 사령부 개인파견까지 합해 1114명의 우리 장병이 해외파병중이다.

우리나라는 UN 가입후 첫 평화유지군(PKO)으로 참가했던 소말리아 상록수부대부터 13개 지역에 해외파병을 보냈다. 28개국 5만여명에 이른다. 1964년 베트남전을 포함하면 14개 지역이다. 파병 순서대로 동명·청해·아크·한빛부대 등 4개 부대 '동청아한'이 지금도 세계 평화와 안전을 지키며 활동중이다.

청해부대는 2009년부터 소말리아 아덴만에 나가있다. 지난 10년간 이 지역을 지나는 한국 선박들을 보호하고 피랍 국민 구출 작전 등에 참여했다. 건군 후 첫 전투함 파병이란 역사성에다, 석해균 선장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2011) 등 지난해까지 21회에 걸쳐 해적 31척을 퇴치해 이름이 높다.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파견이 유력한 이유가 이 같은 실력만은 아니다. 동맹비용 측면이다. 호르무즈 파병을 거부하면 한국을 향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 국회에서 새로운 파병 비준이 필요하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한편 지난 5월, 임무교대로 국내 복귀한 청해부대 '최영함'에서 정박용 밧줄인 홋줄이 끊어져 최종근 하사가 순직하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다. 우리 정부는 아직 호르무즈 파병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해부대 호르무즈 파병, 국회동의 필요없지만…法 빈자리
②국방부 "현행 PKO법 한계, 파병법 필요"
청해부대 소탕작전 / 사진제공=해군청해부대 소탕작전 / 사진제공=해군
우리 정부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응할 경우 아덴만에 있는 청해부대가 유력하다. ‘소말리아 파병 동의안’의 적용을 받는 청해부대는 임무 변화나 추가에 해당되지 않아 별도의 국회 비준 처리가 필요없다.

그럼에도 해외파병때마다 제도적 논란이 불거진다. 해외파병 근거법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파병 또한 국회의 비준권을 보장하는 헌법 60조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해외 파병은 헌법 제5조1항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토대로 결정하고 국회 비준절차를 거친다. 2010년 ‘국제연합 평화 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UN PKO법)’은이 제정됐지만 다국적군 평화유지활동 및 국방교류협력을 제외했다.

때문에 청해부대와 같은 다국적군, 아크부대와 같은 국방협력 활동을 위한 파견군의 파병 당시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는 비판과 파병 형식에 대한 논쟁이 반복돼왔다.

해외파병 법제화 노력은 번번이 무산됐다.17대 국회 당시 송영선 의원, 18대 김장수 의원, 19대 송영근 의원 등이 각각 국군 부대의 해외 파견 절차 등을 명시한 제정법을 발의했지만 모두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2016년 8월 ‘국군 해외파견활동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국방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이 ‘김영우 법’은 해외 파병이 가능한 유형을 △다국적군 △국방 교류협력 △기타 파견활동으로 정의하고 기본 원칙과 파견 절차를 명문화했다. 국회에 ‘파견종료 요구권’을 부여해 입법부의 통제를 강화하고 파병의 목적을 ‘국제평화 유지 및 침략적 전쟁 부인이라는 헌법이념을 구현’하는 것으로 한정했다. 다국적군 파견의 경우에도 유엔안보리에서 결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파병한다는 취지다.

이 법은 2017년 단 한차례 법안소위에서 논의됐다. 당시 반대의견은 두 갈래였다. 기존의 PKO 법률 개정으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가 하나다. 또 다국적군에 소속돼 국제분쟁 해결에 나설 경우 침략적 행위를 부인하는 헌법 제5조 관련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베트남서 시작한 해외파병…이라크 땐 임종석 단식
③도움받은 나라→평화유지군 멤버 된 韓 파병 역사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합동참모본부가 설날을 맞아 5일 해외파병부대의 연휴간 활동에 대해 소식을 전했다. 사진은 동명부대 장병들이 합동차례를 지내는 모습. 2019.02.05.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합동참모본부가 설날을 맞아 5일 해외파병부대의 연휴간 활동에 대해 소식을 전했다. 사진은 동명부대 장병들이 합동차례를 지내는 모습. 2019.02.05.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해외파병은 크게 세 종류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파병, 소말리아의 청해부대 등 다국적군이 하나다. 둘째 1991년 유엔 가입에 따른 평화유지군(PKO) 참여가 있다. 레바논 동명 부대, 남수단 한빛부대가 PKO다. 셋째는 양국간 국방교류나 인도적 지원이다. 아랍에미리트(UAE)서 활동중인 아크부대가 대표적이다.

베트남전은 국군의 사상 첫 해외파병이다. 1964년 9월 의료진 130명과 태권도 교관단 10명이 최초 파병됐다. 1973년 휴전까지 10년간 연인원 약 32만 명이 57만7476회의 작전을 수행했다. 기록상 미국 다음으로 많은 인원을 파병한 게 한국이다.

일부 기업이 전쟁특수를 보는 등 파병에 따른 경제적 이득도 있었다. 그럼에도 공식 집계된 전사자 4960명, 부상자 1만962명이라는 희생을 치렀다. 한국-베트남 사이 역사적 아픔도 남았다.

2003~2008년 이라크전 파병은 극심한 논쟁을 일으켰다. 한국은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자유작전' 지원을 위해 2003년 건설공병지원단(서희부대)과 의료지원단(제마부대)을 파병했다. 미국은 전투병 추가 파병을 요청했다. 여당 재선의원이던 임종석은 전쟁의 늪에 빠져든다며 13일간 단식농성으로 이에 반대했다.

참여정부는 한미관계를 고려, 2004년 4월 약 3000여명 규모의 자이툰부대를 파병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해 12월 이 부대를 찾아 여러분의 존재가 외교에 큰 힘이 된다며 장병들을 격려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노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대한민국에게 해외파병은 남다른 일이다. 1950년 6·25전쟁이 터지자 유엔(UN)은 안전보장이사회를 개최, 한국군사원조안을 의결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16개국 병력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독일 등 6개국 의료지원 △스위스 오스트리아 칠레 등 38개국의 물자 및 재정지원이 이뤄졌다. 파병을 받아 나라를 구한 것이다.

70여년이 지나 한국은 파병을 보내는 나라로 성장했다. 1993년 소말리아 상록수부대를 시작으로 서부사하라 국군 의료지원단, 앙골라 공병부대, 동티모르 상록수 부대, 아이티 단비부대 등을 UN PKO로 파병했다. 물론 어떤 종류의 전쟁에도 참여해선 안 된다는 비판론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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