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이 만든 파운드의 몰락, 영국이 싸졌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7.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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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정부, 노딜 감수 의지…불안한 투자자 이탈에 파운드 가치 뚝↓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최저 수준… "노딜 안돼도 英경제 큰 충격"

'노딜'이 만든 파운드의 몰락, 영국이 싸졌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29일(현지시간) 외환시장에서 파운드/달러 환율은 1파운드당 1.221달러까지 밀리며 2017년 3월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후퇴했다. 최근 취임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과 결별하는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을 키운 것이 원인이 됐다.

◆英 사실상 '노딜' 선언=존슨 총리는 이날 스코틀랜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EU와 마련한) 브렉시트 협상안은 이미 죽었다"며 EU에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는 특히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소속인 아일랜드와 영국의 북아일랜드 국경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EU가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대화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존슨 정부에서 노딜 브렉시트 대책 수립 업무 맡은 마이클 고브 랭커스터공국상도 전날 선데이타임스 기고에서 "충격에 대비하겠다"면서 노딜 브렉시트를 기정사실로 했다. 영국 재무부도 오는 10월 31일 브렉시트 시한을 앞두고 약 10억파운드(약 1조4330억원) 규모의 노딜 대비 예산을 마련하기로 했으며, 여기에는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한 대(對)국민 브렉시트 홍보 작업도 포함됐다.

유럽을 넘어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노딜 브렉시트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투자자는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영국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이것이 파운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4일 존슨 총리가 정식 취임한 이후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는 4거래일 동안 2.1% 떨어졌다. 이 기간 유로화 대비로도 2.2% 하락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016년 8월 이후 최저인 0.63%까지 낮아졌다.



(런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가 25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첫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런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가 25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첫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초라해진 대영제국의 상징=정식 명칭이 '파운드 스털링'(pound sterling)인 파운드화는 8세기 머시아왕국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역사가 1200년을 훌쩍 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폐다. 이후 18~19세기 영국이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대영제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영국 대신 미국이 패권을 잡으면서 파운드도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달러가 확고한 기축통화가 되면서 파운드화 가치는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1971년 1월에는 2.4달러를 줘야 1파운드로 바꿀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절반만 줘도 충분한 것이다. 파운드는 유로화와 엔화에도 밀려 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고 있다.

BBC는 "다른 주요 통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지난 5월 이후 6~9% 하락했는데, 이는 1985년 플라자합의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이나 관광업에는 도움이 되지만 소비자물가가 올라 외국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제조업체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미 CNN방송도 파운드 급락이 투자 감소와 자본 이탈로 이어지면 설령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영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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