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反푸틴 정치인 나발니, 구금중 독살시도 '의혹'(종합)

뉴스1 제공 2019.07.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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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확인되지 않은 독극물로 인한 중독 증상"
같은 방 수감자 모두 증상 없어…조직 샘플 요구

알렉세이 나발니(43) 러시아 야당 정치인 <자료사진> © AFP=뉴스1알렉세이 나발니(43) 러시아 야당 정치인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러시아 야당 정치인이자 반(反)푸틴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3)가 신체 이상으로 병원에 옮겨진 가운데 독살당할 뻔했다는 의사 소견이 나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ABC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나발니의 변호사 아나스타샤 바실레예바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를 오랫동안 봐온 의사 말에 따르면 그의 증상은 미확인 독극 물질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7년 나발니를 치료한 적이 있다는 안과 의사 야로슬라프 아시민은 병원 측이 제지해 나발니를 제대로 진료하지 못했지만 병실 문에 있던 작은 창문을 통해 본 나발니 상태를 보면 "이건 확인되지 않은 어떤 화학물질로 인한 중독 증상"이라고 밝혔다.

나발니는 이날 오전 얼굴이 붓고 갑작스러운 알레르기 증상을 보여 모스크바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시민은 "나발니의 눈이 부어올랐고 오른쪽 눈에서 체액이 새고 있으며, 목과 등, 가슴, 팔꿈치 부분에 피부 발진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아시민은 "나발니와 같은 방을 쓰는 다른 5명의 수감자들 중에 비슷한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고 지적하며 나발니가 평소에 전혀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그가 어떤 '제3자'에 의해 피부에 유해한 독성물질과 확인되지 않은 점액성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당국에 나발니의 신체조직 샘플과 감방에서 쓰던 침구류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그는 또 나발니 진찰을 방해하는 병원 측을 비난하며 "왜 막는 것인가? 아직 아무도 나발니의 '질병' 원인을 찾아내거나 진단한 사람이 없지 않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처음 나발니가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는 감방의 위생 상태가 나발니의 '알레르기 증상'의 원인이라는 추측이 돌기도 했다. 나발니가 독극물에 중독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한창 시위로 불타오르고 있는 러시아 반정부 시위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나발니는 지난 24일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당국에 체포돼 30일 구류처분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러시아 언론에 "나발니 상태는 양호하다"고 했지만 '독극물 중독' 주장이 나오면서 수감 중 그가 정부에 의해 테러를 당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나발니가 독살당할 뻔했다는 의혹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나발니 지지자들이 그가 입원해있는 병원 밖에 모이자 경찰은 해산을 요구하며 20여명을 연행했다. 이 과정을 취재하던 기자들 역시 연행됐다.

나발니는 푸틴 정부의 부패와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가장 선봉에서 반푸틴을 외쳤던 야당 정치인. 그는 2017년 푸틴 지지자가 던진 소독용 염소가 눈에 튀어 화학적 화상을 입기도 했다.

이전에 세르게이 스크리팔 전 러시아 정보부 요원 등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판해온 다른 정치가나 활동가들도 지난해 영국에서 신경독극물질 테러의 대상이 됐었다.

반정부 운동가로 유명했던 예술가 표토르 베르실로프도 지난해 의사들이 거의 독살당할 뻔했다고 한 증상을 겪고 독일로 이주해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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