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먹다가 1.5조 잭팟'…K-바이오 이끄는 LG화학맨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19.07.3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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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바이오 레고켐바이오,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정보 교류·공동개발 등으로 성과

(왼쪽부터 시계방향)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유진산 파멥신 대표, 김소연 피씨엘 대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 최호일 펩트론 대표, 남승헌 폴루스 대표/사진=각 사(왼쪽부터 시계방향)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유진산 파멥신 대표, 김소연 피씨엘 대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 최호일 펩트론 대표, 남승헌 폴루스 대표/사진=각 사


#"선배 국밥 한 그릇 사주세요." 2016년 겨울. 바이오 벤처기업을 운영하면서 고민이 많았던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무작정 대전으로 향했다. LG화학(옛 LG생명과학)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이자 벤처 창업 1세대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67,000원 ▼1,200 -1.76%)사이언스 대표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서였다.

국밥을 먹으며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던 중 김용주 대표가 이정규 대표에게 특발성 폐섬유증(IPF) 신약후보물질을 사갈 것을 제안했다. 신뢰가 각별했던 이 대표는 후보물질을 사들였고, 3년 뒤 이를 1조5000억원에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하는데 성공했다.



브릿지바이오, 레고켐바이오, 크리스탈 (3,080원 0.00%)지노믹스, 파멥신 (2,915원 ▼285 -8.91%), 펩트론 (27,800원 ▲150 +0.54%), 제노스코 등 LG화학 출신이 설립한 바이오 벤처들이 'K-바이오'를 이끄는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이들은 LG화학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바이오 벤처 사관학교'라고 불린다. 국내 1세대 바이오 벤처 창업자 대부분이 LG화학 출신이어서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조중명 대표는 LG화학 중앙연구소장 출신이자, 2003년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은 항생제 '팩티브'를 개발한 주역이다. 조 대표는 2000년 크리스탈지노믹스를 창업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도 당시 크리스탈지노믹스를 함께 창업했다. 이후 2015년 브릿지바이오를 설립했다.

LG화학 신약연구소장이었던 김용주 대표는 2006년 레고켐바이오를 창업했다. 2007년에는 박영우 대표가 와이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고, 2008년에는 고종성 대표, 박순재 대표, 유진산 대표가 각각 제노스코, 알테오젠 (175,800원 ▼2,500 -1.40%), 파멥신 (2,915원 ▼285 -8.91%)을 세웠다.

성과도 남다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국내 바이오 벤처 중 처음으로 국산 신약인 '아셀렉스'를 개발했다. 제노스코는 2015년 유한양행에 비소세포폐암 치료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했고, 이 물질은 지난해 11월 1조4000억원에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1980년대부터 신약개발에 투자했고, 관련 인재들을 양성했다"며 "LG화학 내의 다양한 변화와 벤처 창업 붐 등이 겹치면서 LG화학 출신들이 회사를 나와 바이오 벤처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LG화학 출신들은 비슷한 시기에 벤처를 설립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유대감이 남다르다. 매년 '엑스LG(Ex-LG)'라는 명칭의 모임을 정기적으로 열고, 정보 등을 교류한다. 나아가 각자 기업에 투자하거나 공동개발을 하는 경우도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와이바이오로직스와 손을 잡고 신약 'LCB67'를 개발 중이다. 또 브릿지바이오에 특발성 폐섬유증(IPF) 신약후보물질을 팔았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17년 와이바이오로직스와 항암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들에 비해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의 규모는 작지만, 연합하면 그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국내 바이오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벤처끼리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밥 먹다가 1.5조 잭팟'…K-바이오 이끄는 LG화학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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