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안아보자" 현대차 파업투표날 껴안은 SK 노사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9.07.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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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생 확인한 '3·3·8 임단협'…김준 SK이노 사장 이정묵 노조위원장과 포옹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대회의실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노사 단체교섭 조인식에 참석한 김준(왼쪽) SKI 총괄사장이 이정묵 노조위원장과 포옹하고 있다. 2019.07.29.   dahora83@newsis.com【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대회의실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노사 단체교섭 조인식에 참석한 김준(왼쪽) SKI 총괄사장이 이정묵 노조위원장과 포옹하고 있다. 2019.07.29. [email protected]


"한 번만 안아봅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29일 종로 SK 서린사옥에서 진행된 단체협약(단협) 조인식장에 들어섰다. 이정묵 노조위원장을 본 김 사장이 먼저 "한 번 안아보자"며 얼싸안았다. 이 위원장도 어색한 표정으로 김 사장을 포옹했다. 행사장을 메운 노사 교섭대표들 사이에서 박수가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은 '3·3·8 임단협'으로 요약된다. 연초 30분(3)만에 임금협상을 완전 타결했다. 이어 최근 단협 교섭 개시 3주(3)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조합원 80%(8)에 가까운 77.6%의 찬성으로 단협안이 최종 통과됐다.

과정은 간결했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젊은 직원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인 주택구입 융자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희귀∙난치병 치료 지원과 난임치료 지원도 늘리기로 합의했다. 남녀 불문 10일의 출산휴가도 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3일의 출산휴가 이후에는 육아휴직을 내야 했다.



임금협상은 기존 방침을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올해로 3년째 물가인상률에 연동하는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기준이 명확하고 신뢰가 분명하니 임단협이 길어질 이유가 없다. 매년 당연스럽게 되풀이됐던 노사갈등과 정부 기관의 중재는 사라졌다.

이 위원장은 "3년 전에 불신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확신이 선다"며 "대중이 우리에게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만들라고 채찍질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들이 '우리 회사는 원래 이렇게 한다'고 생각하게 된 점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며 "핵심포인트는 진정한 소통"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노조를 만날 때마다 나와 우리 모두가 서로 파트너를 잘 만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성숙한 노사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든 회사 구성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단협을 통해 결혼, 출산, 자녀양육, 건강관리, 퇴직 준비까지 아무 걱정 없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이밖에 구성원 기본금 1%를 기부해 만든 행복나눔기금으로 ‘협력업체 공동 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새로 도입한 구성원 작업복 세탁 서비스에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데도 합의했다. 행복협의회(가칭)도 상설로 구성하기로 했다. 구성원 행복과 사회적 가치 등에 대해 노사가 상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다.

글로벌 사업여건은 만만치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주력인 정유사업에서 부진한 정제마진 여파로 2분기에 전년 대비 41.6% 감소한 49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조단위 투자를 진행 중인 배터리(2차전지)는 아직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 사장은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지만 우리가 함께 개척하며 거기에 SK이노베이션의 깃발을 우리 손으로 꽂아보자"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울산을 대표하는 대규모 사업장인 현대차 노조는 이날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임단협에서 노사 간 입장차를 줄이지 못했다. 30일까지 투표를 진행해 파업권을 획득할 경우 8월 중순 이후 파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파업이 이뤄진다면 올해로 8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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