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노산 식이조절로 수면장애 치료 가능성 열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07.2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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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임정훈 교수팀 주도…수면 유도 아미노산 ‘트레오닌’ 발견

임정훈 교수/사진=UNIST임정훈 교수/사진=UNIST


커피를 비롯해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식은 잠을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수면을 돕는 음식은 없을까?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임정훈 교수팀은 동물성 단백질에 많이 포함돼 있는 필수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인 ‘트레오닌’ 섭취가 수면을 유도하는 현상과 그 신경생물학적 작용 원리를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아미노산 식이조절로 수면장애를 치료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음식을 먹은 뒤 졸음이 오는 식곤증이나, 배가 고프면 잠이 잘 오지 않는 현상처럼 잠은 여러 가지 신체적·환경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임 교수팀은 형질전환 초파리의 수면 행동을 이용해 특정한 음식물의 섭취에 의한 수면 조절의 가능성을 검증했다. 이를 위해 20가지 아미노산을 각각 섭취한 초파리의 수면 변화를 분석, ‘트레오닌’이 수면을 유도하는 특이적인 아미노산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트레오닌을 섭취한 초파리는 깨어있는 상태에서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았고, 트레오닌을 섭취하지 않은 초파리에 비해 오랫동안 수면을 유지했다.



이 현상은 트레오닌이 뇌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트레오닌을 많이 섭취하면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가바’의 양이 줄고, 수면을 촉진하는 핵심 뇌 부위의 대사성 가바 수용기를 통한 신호가 약해진다. 그 결과 빨리 잠들고 오래 자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잠을 자면 기억력이 좋아지는데, 기억장애를 가지고 있는 돌연변이 초파리에게 트레오닌을 먹여 수면 시간을 늘려주었을 때 기억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생리학적인 수면 효과를 입증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다른 한 편으로 신경세포에서 트레오닌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성이 억제된 형질전환 초파리를 제작했다. 이 초파리는 트레오닌을 음식물로 섭취하지 않아도 뇌 속 트레오닌의 양이 증가하는데, 이때에도 수면촉진 효과가 확인됐다. 뇌 속에 트레오닌이 많아지면 수면이 촉진된다는 것이 이중으로 검증된 것이다.


임 교수는 “수면의 새로운 조절 인자로서 뇌 신경세포 내 아미노산 대사 작용의 중요성을 밝힌 연구”라며 “수면장애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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